방효창 두원공과대학교 스마트IT학과 교수(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
                               방효창 두원공과대학교 스마트IT학과 교수(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

[한스경제/ 방효창 두원공과대 교수] 미국 ‘브라이트우드(Brightwood)’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갑자기 대형 트럭과 장비, 사람이 몰려와 거대한 태양광발전소와 지하 5층짜리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활력도 잃고 점차 소멸해 가는 마을에서 태양광을 이용하여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하여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2014년 개봉된 AI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의 데이터센터 건설 장면이다.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한 트랜센던스(AI 시스템)의 위험성을 알리는 AI 영화로, 생성형 AI가 핫이슈가 되는 요즘에도 많이 회자가 되고 있다. 이 장면에서 인구 소멸로 인해 공동(空同)화 되는 국내 지방 소도시의 모습과 겉돌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오버랩되어, 데이터센터 설치에 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데이터센터는 147개(2022년 12월 기준)이며, 이 중 88개가 수도권에 있다. 또한 한전 발표에 의하면 전력 공급을 신청하고 대기 중인 데이터센터는 전국 110개이며, 이 중 83개가 수도권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가 전국에 732개가 넘고, 전력 수요는 4만9397MW이며, 이 중 수도권 전력 수요는 8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누가 뭐라 해도 IT(AI 포함) 산업이 가장 부가가치가 높고, 첨단화, 선진화를 이루고 있으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가장 중요한 산업 분야이다. 이러한 IT 산업의 기본재료가 정보 데이터이며, 그 데이터를 한데 모아 놓은 곳이 데이터센터이다. 그러니 데이터센터의 구축을 억제할 수도 없다. 여기서 고민은 데이터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수많은 전력을 어떻게 수도권에 공급(송전망)할 것이며, 어떻게 생산(발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원전이나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발전소는 환경 및 폐기물 처리, 탄소세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추가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발전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즉 태양광, 풍력, 조력 발전 등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송전에 따른 원거리 구축 비용, 고압선 철탑 민원 등으로 수도권 전력 공급에 상당한 애로가 예상된다. 만약 지방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데이터센터도 지방에 건설한다면 송전 문제도 거리가 짧고, 민원 문제도 크게 발생하지 않아, 발전과 송전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
 
이와는 별개로 기업들은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있어야 하는 이유로 고급 인력의 확보를 얘기한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연결된 모든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로써, 전산상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통합 및 관리하기 위한 각종 서버와 클라우드 설비, 방대한 양의 스토리지, 라우터, UPS 등으로 구성된다. 데이터센터를 신축할 때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구축이 되고 나면, 물리적인 운용을 위한 현장 인력은 서버 및 스토리지 유지·관리를 위한 소수의 인력과 전력 관련 인력만이 필요하게 된다. 상당수의 인력은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가 있다. 물론 사무실과 센터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면 불편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 및 장비 구축 비용 그리고 전력 비용, 각종 세금 등을 생각해 본다면, 건설 및 전력 그리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방에서의 구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더구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지방 소멸 방지와 국가 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더욱 검토되어야 한다.

지금 경상, 전라, 충청, 강원 등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부지 제공, 세제 혜택, 전력 공급의 용이성 등을 무기로 데이터센터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때에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원활한 전력을 공급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국회는 입법으로, 정부는 제도 개선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전기사업법의 개정을 통해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앞서 얘기한 전력 발전과 송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되지 못한다. 보다 근본 해결책으로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설치를 억제하고, 기존 데이터센터의 지방 설치가 쉽도록 각종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등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트랜센던스’ 영화처럼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신축(이전)하게 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통해 충분한 양의 전력을 원활히 공급한다면, 기후위기 극복과 국가균형발전 그리고 지방 소멸을 줄이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방효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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