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한스경제/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 지난 4월 발표된 탄소중립국가기본계획에 의하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24년 17조2414억 원, 2025년 18조6218억원, 2026년 20조559억원, 2027년 20조6548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이행 첫해와 다름없는 2024년의 예산은 애초 투자목표에서 15.8% 줄어 14조5181억원이다. 전체 사업 458개 중 329개(71.8%)의 예산이 깎여 있고 절반(231개)의 사업 예산이 작년보다 적게 편성되어 있다. 

예산삭감이 두드러진 분야는 지난 정부 때 착수된 그린뉴딜 사업들이다. ‘무공해차(전기, 수소차) 보급’을 위한 환경부의 예산은 애초 목표 3조1986억원에서 2조3988억원으로 25% 줄었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을 위한 국토부 예산은 4406억원에서 1275억원으로 71.1% 줄었다. ‘탄소중립핵심기술’의 개발을 위한 산자부 예산은 1055억원에서 412억원으로 61% 줄었다. 

긴축재정 등의 이유로만 설명하기엔 탄소중립을 위한 재정투입의 축소는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탄소중립정책의 위상 약화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작년, 정부는 ‘2030 40% 감축’ 목표에 대한 세부안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의 총 감축량 중 70%를 정권 이후 3년 동안 줄이도록 떠넘겨 놓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감축의 분담을 전 기간 골고루 분산시키기 위해 ‘우하향의 선형적(점진적) 감축’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감축과 견줄 때, 현 정부 방식의 감축은 3억930만 톤을 사실상 추가 배출하는 꼴이다. 

산업부문의 감축 부담을 14.5%에서 11.4%로 낮춘 것은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하지만 기실 산업의 녹색전환(탈탄소화)을 늦추는 것을 방임하는 것이다. 산업의 녹색전환이 늦어질수록 우리의 수출경쟁력은 그만큼 힘을 잃는다. 전환(에너지 생산) 부문의 감축량을 44.4%에서 45.9%로 높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원전 비중을 늘리려는 의도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 달성과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애초 30.2%에서 21.6%로 낮춘 점이다. 대신 원전 비중은 23.9%에서 32.8%로 높였다. 재생에너지 부문의 우리의 경쟁력은 지금까지도 OECD 최하위인데, 그 비중을 낮추는 정책은 이를 더욱 고착시킬 것이다. 원전으로 회귀정책은 재생에너지 쪽으로 집중되는 투자 흐름을 둔화시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황폐화해 미래정부가 그 복원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재생에너지 예산을 보면, 2022년 1조3000억원에서 2023년 1조원, 2024년 4000억원으로 2년 만에 반토막 되었다. 그 결과 태양광 신규발전소 설치 용량은 2021년 4.08GW에서 2022년 2.99GW, 2023년 2.50GW(예상치)로 줄었다. 점증하는 RE100 수요를 감안하면, 연간 설치해야 할 태양광 발전용량은 최고치였던 2021년 4.08GW의 최소 2배 이상(9GW) 되어야 한다고 한다.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할 태양광 설치용량이 거꾸로 반 이하로 줄고 있는 것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나아가 탄소중립 정책이 뒷걸음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너지 분야 국책연구기관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조가 변함없다면 2028년 전후로 재생에너지의 발전원가가 전통 에너지(화석연료, 원전 등)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다.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지 않는다면, 국민경제는 원전 등 고비용 에너지에 계속 의존해야 한다. 국민경제의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탄소중립의 뒷걸음은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마련해주지 못한 현세대의 업보가 될 것이다.

 

조명래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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