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취미에서 선수의 길로
클린 연기 도운 팬들의 응원
김현겸이 29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강원 2024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딴 후 믹스트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김현겸이 29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강원 2024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딴 후 믹스트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강릉=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축하합니다.”

국내 취재진이 김현겸(18·한광고)을 반갑게 맞이했다. 김현겸은 29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강원 2024)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수줍은 미소를 띤 채 믹스트존에 나타났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47.45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69.28점)와 더한 총점 216.73점으로 아담 하가라(216.23점·슬로바키아)를 0.50점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시니어 무대를 포함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김현겸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동계청소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 나선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은 차준환(23·고려대)이 2016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기록한 5위였다. 여자 싱글에선 유영이 직전 로잔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다. 동계청소년올림픽은 2012년부터 개최됐기 때문에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출전 기회 자체가 없었다.

◆취미에서 선수의 길로

김현겸은 서울 신미림초등학교 1학년 겨울에 아이스링크장에 갔다가 취미로 스케이트를 배우게 됐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다른 종목도 배우긴 했지만 가장 잘 맞았던 건 피겨스케이팅이었다. 이후 그의 롤모델은 국내 간판스타 차준환이 됐다.

김현겸은 “준환이 형이 하는 점프와 제 점프는 결이 다르다 생각한다. 준환이 형처럼 되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마인드 면에서도 배울 게 많다. 큰 선수다. 본받아서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김현겸은 차준환이 건넨 조언과 관련해 "저보고 웜업이 끝나고 관중석을 둘러 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이번 경기를 뛰면서 준환이 형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얼마나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장에서 이렇게 애국가를 울릴 때마다 (선수로서는)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 같다. 영광스럽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울 것만 같다"고 털어놨다.

김현겸은 “준환이 형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여기서 했는데 (저도 여기서 경기를 한) 그 부분에서 뜻깊었다. 준환이 형을 평소에 좋아해 왔다. 경기를 잘 끝내고 나니깐 기쁘다”고 웃었다.

김현겸의 프리스케이팅 연기는 클린했다. 첫 번째 과제인 고난도 기술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군더더기 없이 성공하고 트리플 악셀과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깔끔하게 해냈다.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살코 등도 실수 없이 해내며 무결점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김현겸이 29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강원 2024 남자 싱글 금메달 획득 후 믹스트존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소감을 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김현겸이 29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강원 2024 남자 싱글 금메달 획득 후 믹스트존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소감을 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클린 연기 도운 팬들의 응원

국내 팬들도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며 김현겸의 클린 연기에 힘을 실었다. 김현겸이 빙판 위에 등장하자 박수와 함성이 크게 들렸다. 그는 연기에 앞서 두 팔을 벌리며 관중의 환호를 유도하기도 했다.

김현겸은 연기 후 만족스러운 듯 두 팔을 치켜들고 기뻐했다. 점수를 기다리며 옅은 미소를 짓던 그는 1위에 오르자 감격의 웃음을 보였다. 기대 이상의 높은 점수에 관중석을 메운 팬들도 함성을 질러댔다. 흥분한 팬들은 존경의 의미로 빙판 위에 인형을 던졌다. 김현겸의 연기 뒤 가장 많은 인형이 쏟아졌다.

그는 “메달 획득에 신경 쓰기보다 하던 걸 하려 했다. 클린 연기를 하려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의 의미에 대해선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가장 큰 대회가 올림픽이라 생각하는데 올림픽을 향하는 계기도 된 것 같다”고 짚었다. 보완해야 할 점으로는 “큰 무대 경험을 많이 쌓아서 긴장하는 걸 줄이고 몇 가지 루틴이 있으면 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쿼드러플 점프, 스핀 등 기술 완성도를 높여서 올림픽에서도 먹힐 만한 기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현겸은 많은 취재진을 접한 경험이 없는 듯 인터뷰를 하면서도 “떨린다”고 했다. 이날의 긍정적인 떨림은 향후 대선수가 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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