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JP모건·SSGA 이어 핌코도 '기후행동 100+' 탈퇴 선언
"2단계 전략, 기업 요구 사항 지나쳐" 우려
美 공화당 압박도 결정에 한몫..."탈퇴, 경제·자유의 승리"
JP모건과 SSGA에 이어 핌코도 기후행동 100+에서 탈퇴했다. / 연합뉴스. 
JP모건과 SSGA에 이어 핌코도 기후행동 100+에서 탈퇴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세계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기후변화 대응에서 한발 빼는 모양새다. 기후위기와 탈탄소 경영을 거둬들이면서다. 이로 인해 기후 관련 투자자들의 활동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JP모건과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에 이어 핌코까지 기후대응투자자 그룹인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 CA 100+)'에서 탈퇴했다. 핌코는 기후행동 100+에 대해 "더 이상 자사의 지속가능성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발표, 자체적으로 기후대응을 위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JP모건 측 역시 "기후행동 100+가 아니어도 자체적 스튜어드십(stewardship) 행사 능력을 지녔다"며 탈퇴했다. 

기후행동 100+는 글로벌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 기후 변화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기 위한 투자자 주도의 이니셔티브다. 전 세계 700개 이상의 투자 기관이 참여하며, 관리 자산은 68조달러에 달한다. 

1단계(Phase 1) 전략은 전 세계 온실가스 다배출기업인 166개사를 대상으로 넷제로 목표 달성과 기후위기에 대한 거버넌스 감독 도입과 진행 상황을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는 6월 시행되는 2단계(Phase 2) 전략은 온실가스 최대 오염국들이 2030년까지 배출량을 감축해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단계 발표 당시 기후행동 100+ 측은 기후 관련 정보 공개를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계획 실행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 주주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후리스크와 관련된 거버넌스 프레임 워크 형성을 요구할 예정이다.

2단계 전략은 기업들의 탈퇴 행렬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SSGA는 탈퇴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로, 2단계 전략을 꼽았다. SSGA 측은 "2단계 전략에서 기업에 요구하는 사항들이 지나치다"며 "(SSGA의) 독립적인 접근방식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선구자인 블랙록도 2단계 전략이 미국 법안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후행동 100+ 탈퇴는 아니지만 참여도를 낮추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블랙록을 비롯해 JP모건과 SSGA는 2020년 기후행동 100+에 가입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면서 세계 금융 시장에 대대적인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탈퇴를 선언하면서 세계 5대 자산운용사들 중 어느 곳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던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하나둘 탄소배출 감축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탈퇴 러시에도 기후행동 100+ 측은 "2단계 전략 발표 이후 60개가 넘는 기업들이 가입했다"며 "현재 기후행동 100+ 가입사는 700곳이 넘는 등 급격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5대 자산운용사를 제외하고도 기후행동 100+에는 여전히 골드만삭스, 인베스코 등이 가입된 상태다. 

기업들의 탈퇴 러시는 '2단계 전략' 외에도 '미국 공화당의 압박' 때문이라고 봤다. 미국 내에서 ESG투자는 크게 성장했지만, 2021년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집권 주를 중심으로 반(反) ESG 투자 법안이 채택되고 있어서다. 법안들은 ESG 투자를 직접적으로 금지하거나 친화적 금융기관과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에너지 사업 및 지역 경제 보호를 위해 보험회사에 대한 반 ESG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또한 같은해 3월 미국 연방 의회에서는 연기금의 ESG 투자를 금지하는 결의안까지 통과된 바 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관련 법안이 시행되는 주들의 경우 ESG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던 블랙록 등에 자금을 회수하는 등 초강수를 두며 ESG 바람을 인위적으로 잠재웠다. 이에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더 이상 ESG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특히 이번 기업들의 탈퇴 선언에 공화당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JP모건과 SSGA의 결정은 미국 경제와 자유의 큰 승리"라며 "더 많은 투자자들이 'ESG 투자 담합' 포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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