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료화 선언… 하지만 어설픈 중계로 여론의 뭇매
야구 경기 이해도가 심각하게 떨어지는 콘텐츠 편집으로 눈살
개선 약속했으나 팬들 반응은 냉랭
티빙은 3루 주자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표기해서 논란이 됐다. /티빙 스포츠 유튜브 캡처
티빙은 3루 주자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표기해서 논란이 됐다. /티빙 스포츠 유튜브 캡처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프로야구 팬들이 가장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프로야구 중계 유료화를 선언한 CJ ENM의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티빙(TVING)이 어설픈 중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월 5500원에 KBO리그를 돈 내고 봐야 하는 유료 시청 시대가 왔다. 지난 4일 전해진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 체결 소식은 프로야구 팬들에게 엄청난 화제가 됐다. 기존 통신·포털 연합이 유무선 중계권을 가지고 있을 때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프로야구 생중계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제 돈을 내고 보는 방식으로 바뀌게 됐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팬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안 좋다. 오랜 기간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무료로 야구를 보던 팬들 입장에서는 일단 부정적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됐다고만 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다. 팬들은 유료화 전환 이후에도 중계, 콘텐츠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없는 것을 우려했다.

티빙은 한화 이글스 타자 채은성을 두고 ‘22번 타자’라고 표기해서 논란이 됐다. /티빙 스포츠 유튜브 캡처
티빙은 한화 이글스 타자 채은성을 두고 ‘22번 타자’라고 표기해서 논란이 됐다. /티빙 스포츠 유튜브 캡처

이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보다 중계, 콘텐츠의 질이 퇴보했다는 여론이 줄을 잇는다. 오후 1시에 시작한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오후 4시쯤 끝이 났는데 경기가 끝나고 5시간이 지난 후에야 하이라이트 영상이 올라왔다. 과거 포털 사이트에서는 경기 종료 후 30~40분 이내로 하이라이트 영상이 빠르게 올라왔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경기를 다시 보고 싶어 한 팬들은 한참 동안 기다린 것도 모자라 영상 품질까지 떨어진 탓에 분통을 터뜨렸다. 야구 경기의 이해도가 심각하게 떨어지는 콘텐츠 편집 때문이었다. 야구에서 주자가 무사히 안착한 것을 ‘세이프(Safe)’라고 하는데 티빙은 이를 ‘세이브(Save)’라고 잘못 표기했다. 세이브는 마무리 투수가 승리를 지켰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주자가 살았을 때랑은 관계가 없다. 또한 희생플라이를 ‘희생플레이’로 표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 타자 채은성을 두고 ‘22번 타자’라고 한 것도 논란이 됐다. 야구에는 1~9번 타자가 있는데 타자가 타순에 들어섰을 때 타순으로 타자를 칭하지, 등번호로 타자 번호를 표시하지 않는다. 또한 같은 경기 영상에서 주자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홈인’이 아닌 ‘홈런’으로 오기하는 등 자막 실수가 속출했다.

12일 서울 마포구 CJ ENM 탤런트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주희 티빙 대표의 모습./티빙 제공
12일 서울 마포구 CJ ENM 탤런트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주희 티빙 대표의 모습./티빙 제공

티빙도 현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최주희 대표는 12일 서울 마포구 CJ ENM 탤런트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말 내내 쏟아진 기사는 물론 팬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다 들어가서 보고 하나하나 모니터링 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중계 사이트의 미흡한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인지했다”며 “많은 염려와 우려 사항이 있다는 걸 안다. 본 개막(23일) 때는 보완해서 다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두산 베어스 팬인 고등학생 A씨는 12일 본지에 “개선하겠다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시범경기 때까지 시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라며 “본 시즌 개막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바뀔지 모르겠다. 기대를 안 하는 편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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