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프로야구, 9일 시범경기부터 ABS·피치 클록 실시… 지난해 시범경기보다 14분 단축
선수들, 피치 클록 적응에 어려움… 시간에 쫓겨 볼넷과 폭투 등 제구 난조
ABS는 이상 없이 깔끔한 판정 내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연합뉴스 제공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연합뉴스 제공

[수원=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새로운 규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로봇 심판’으로 일컬어지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하 ABS)’을 도입한다. 또한 전반기에는 투수들의 투구 간격에 시간제한을 두는 ‘피치 클록(Pitch Clock)’을 시범 운영한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는 9일 열린 첫 시범경기부터 두 제도를 시행했다. 우선 시범 운영하는 피치 클록의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이날 전국 5개 구장에서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른 결과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44분을 기록했다. 지난해 시범경기 평균 시간인 2시간 58분과 비교한다면 14분이나 단축됐다. 지난해 정규리그 평균 경기 시간인 3시간 12분이었다. 무려 28분이나 경기가 빨리 끝났다. KBO 피치 클록 규정에 따르면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23초, 주자가 없을 때 18초 이내에 투구를 마쳐야 한다. 타자는 8초 전에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적응에 애를 먹었다.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LG 트윈스와 경기에선 총 7회의 피치 클록 위반이 나왔다. 특히 투수들이 많은 압박감을 받았다. KT 김영현(22)은 2회의 피치클록을 위반했고, 제한 시간 내 투구를 하지 못해 볼넷과 폭투를 연속으로 내줬다. 관중은 입 모아 초읽기를 소리치며 투수를 압박했다.

염경엽(56) LG 감독은 피치 클록 도입을 환영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염 감독은 “야구에 필요한 규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피치 클록 도입으로 경기 시간이 20분 이상 줄지 않았나. 팬들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힘주었다. LG 선발 투수로 나선 디트릭 엔스(33)는 피치 클록에 대해 “마이너리그에서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시계를 보면서 템포를 계산할 수 있다. 결국엔 적응의 문제”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 ABS는 이상 없이 깔끔한 판정을 내렸다는 평이다. ABS는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투수의 공 궤적과 등을 추적하면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시스템이다. 포수 뒤 주심은 기계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이어폰으로 수신하고 이를 그대로 전달한다. 주심이 판정을 내릴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KBO는 ABS 도입을 발표하면서 “일률적인 스트라이크 존이 형성돼 공정한 판정과 불필요한 마찰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KBO의 기대처럼 ABS는 일관적인 존을 제공했고, 불필요한 볼 판정 시비가 줄었다. 3회말이 대표적이었다. LG 선발 엔스는 3회말 2아웃 KT 배정대(29)와 대결에서 커브를 던졌다. 이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거치며 들어왔다. ABS가 없었으면 볼로 판정이 될 수도 있었다. 엔스는 “ABS 도움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ABS를 경험한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된 것 같다. 배움의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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