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송남석] 오는 20일 치킨가격 인상을 예고했던 BBQ가 당분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뒤집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어제 국세청에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서자 곧바로 백기 투항 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 일수도 있겠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씁쓸함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불쑥 서슬 퍼런 칼끝을 들이대며 노골적으로 기업을 겁박는데 과연 ‘NO’할 간 큰 기업이 어디 있을까. 더구나 상대는 중견기업에 불과한 BBQ다. 과연 정부가 이 정도 규모의 민간기업 가격 결정권까지 좌지우지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 든다. 이런 압력이 단순 ‘오버’였는지, 아니면 기업경영에 간섭하려는 고질병이 또 도진 결과인지는 알수 없다.

무려 8년만의 가격 인상이라는 BBQ측의 설명도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동안 임대료와 인건비, 배달앱 수수료, 원자재가격 등 원가 상승요인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그렇다. 물론, 가격 인상 혜택의 대부분은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간다는 BBQ측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정부 차원의 대응 치고는 분명 치졸했다. 일각에서는 농식품부의 이번 과잉대응을 AI 대응 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의식한 처사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시장경제에 있어 가격 결정권은 분명 정부에 있지 않다. 엄밀하게 보면 기업도 아니다. 기업이 가격 결정을 할 수는 있지만 최종 수용 여부는 소비자와 시장 몫이다. 제아무리 제품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뿐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 가격 결정을 맡기고 공정한 감시자나 관리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이번 처럼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각종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파면 선고를 하면서 적시했던 탄핵 사유 중 '기업경영의 자유 침해'라는 부분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곱씹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규제를 휘두르는 시대는 지나갔다. 물가는 시장에서 조절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시장경제론자의 교과서적인 발언처럼 들리는 이 몇 마디. 아이러니컬하게도 BBQ가 가격 인상을 철회하자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이 어제 ‘중소기업 정책간담회’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시장과 기업을 기망하는 '눈가리고 아웅'식 대응에 기가 찰 노릇이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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