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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송남석]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는 갈수록 악화 일로를 걷고 있고, 실업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가장 먼저 고통을 호소하는 계층은 서민이고, 실직자들이다. 곳곳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도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 중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 수는 13만3천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13.1%에 달한다. 2002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숫자까지 더하면 몇 배쯤 된다는 추산도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고사하고 그만그만한 일자리조차 없다는 방증이자 한국 경제와 사회가 장기침체라는 고통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더 큰 문제는 실업대란의 고통이 올해 정점을 치달을 것이라는 대목이다. 이미 국내 주요 예측기관들은 올해 고용 사정이 작년보다 나빠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지금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어떤 기업이 적극적인 채용에 나서겠느냐”며 “조선·해운, 철강 등 제조업은 물론 금융권까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한해 일자리 부족 사태는 IMF를 넘어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통계적으로는 2015년이 기점이었다. 실업률이 치솟고, 이로 인한 풍선효과는 숙박·음식업 쪽으로 부풀었다. 2014년까지 매년 6∼9%대에 머물던 6개월 이상 실업자의 비율이 10%를 넘어선 것도 이 때다. 작년에는 이 비율이 아예 3%포인트나 뛰어올라 최근 1~2년 사이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그리고 빠르게 나빠지는 양상이다.

이 시기 실업자 증가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상호 경쟁만 키웠다. 안정적인 일자리나 노동의 질 등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나 중장년층은 숙박·음식업 등으로 눈길을 돌렸다. 매년 7천개씩 늘던 가맹점 수는 2015년에 1만4000개에 이어 작년에도 1만여개 가까이 폭증했다.

통상 실업급여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기간이 6개월임을 감안하면, 수입 ‘0’상태에서 절박한 창업의 결과는 대부분 뻔했다. 돈을 벌기 위한 창업이 아니라 ‘궁여지책성’ 창업은 폐업률만 사상 최고 기록을 거듭 쓰게 만들었다. 모두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증가가 가져온 폐해다.

당장 은행권은 자영업 대출규제를 강화한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울 수록 제일 먼저 피눈물을 흘리는 계층은 서민이다. 벌써부터 가족의 해체와 자살률 급증 등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는 보고서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하루 속히 잘라내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라고까지 할 것 까지도 없다. 각 주체가 기본 역할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정부는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만 마련해 주면 된다. 주요 정당과 대선 주자들은 분명한 경제정책과 고용관련 개혁법안을 만들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업은 사내 유보금을 선제적으로 투자해 한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된다.

정치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볼 때 외국 기업을 윽박질러 일자리를 만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강공’이 부럽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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