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영화 ‘꿈의 제인’(5월 31일 개봉)에서 제인(구교환)이 자조적인 목소리로 덤덤하게 내뱉는 말이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하는 제인의 응원이다.구교환은 소외 당한 10대 가출 청소년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트렌스젠더 제인 역을 설득력 있는 연기로 소화했다. 제인을 표현하기 위해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해야 했다. 실제로 체중을 10kg이상 감량했으며 높은 하이힐에 짙은 화장 역시 필수였다. 이처럼 구교환은 영화에 굉장한 에너
데뷔 10년 만에 포텐이 터졌다. 배우 권율은 SBS 종영극 ‘귓속말’에서 변호사 강정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악역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귓속말’의 최대 수혜자는 권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SBS야, 연말에 권율 상 하나 주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쇄도했다.“다들 포텐이 터졌다고 하더라(웃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지금까지 도전해 온 것들이 차근차근 쌓인 결과라고 본다. 이명우 PD와 박경수 작가가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줬다.”권율은 선한 이미지가 강하다. tvN ‘싸우자 귀신’에서 악역
이하늬는 똑똑한 배우다. 자신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MBC 종영극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역적)의 장녹수 캐릭터는 매력을 십분 발휘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으로 한국 문화에 조예가 깊기 때문. 우아한 한복자태는 기본이고 수준급의 가야금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장녹수 연기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가채만 보면 도망가고 싶었다”고. 진통제를 맞으며 버텼다. 판소리, 전통무용 등을 배우며 하나하나 공들였다.“비장의 카드를 꺼냈는데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 조금 아껴뒀다가 다른 작품에서 원동력으로 쓰겠다.
대중에게는 tvN ‘응답하라 1988’의 교정기 소녀 미옥으로 유명세를 탄 배우 박민지가 아픈 청춘을 대변하며 눈에 띄게 놀라운 연기를 펼쳤다. 영화 ‘꿈의 제인’(31일 개봉)에서 사람의 손길을 갈구하지만 늘 겉돌게 되는 소현 역을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이민지는 이 영화로 제 21회 부산영화제(BIFF)에서 올해의 여자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민지가 ‘꿈의 제인’의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구교환이 제인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민지는 “평소 구교환의 팬”이라고 강조하며 해맑게 웃었다.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제
얼굴에 흙칠을 하고 수염을 붙여도 특유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영화 ‘대립군’(31일 개봉)에서 토우를 연기한 이정재의 이야기다. 극 중 대립군의 수장 캐릭터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펼쳤다. 특히 그 동안 주로 ‘가진 자’를 연기한 이정재가 처음으로 ‘을’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삶은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들다. 토우는 극한 상황 속에서 흔들리는 대립군들의 버팀목임과 동시에 어린 세자 광해(여진구)를 리드한다. 조선판 비정규직 노동자인 ‘을’ 중에서도 가장 극한직업인 셈
올해 한국나이 스물 한 살의 어린 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바로 여진구의 이야기다. 오죽하면 별명이 ‘진구오빠’일 정도로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외모와 진중한 성격을 지녔다. 또래 배우들에 비해 필모그래피 역시 탄탄하게 쌓았다.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 영화 ‘대립군’(31일 개봉)에서는 세자 광해 역을 맡아 유약한 왕자가 진짜 ‘군주’가 되는 성장 스토리를 농익은 연기로 표현했다.여진구가 그린 광해는 기존의 광해와 다르다. 기존의 광해가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었다면, 여진구의 광해는 한 없이 약하다. 토우(이정재)가 대립군을 진
그룹 B.I.G(비아이지)가 돌아왔다. ‘1, 2, 3’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컴백에 아시아 투어 준비까지 겹쳐 바쁜 나날을 보냈던 비아이지 는 그래도 팬들과 만남을 앞둔 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멤버들은 새 앨범 준비 과정이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특히 이번 앨범이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멤버 희도가 타이틀 곡 ‘헬로 헬로’의 작사에 참여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헬로 헬로’는 지난 타이틀 곡 ‘1, 2, 3’를 함께한 염동건(Premo) 작곡가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염 작곡가가 먼저 멤버들의 참
그룹 아이콘(iKON)에게 빅뱅과 위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아이콘은 ‘빅뱅 동생그룹’ 혹은 ‘위너 형제그룹’으로 불린다. 특히 위너는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윈’(WIN)에서 함께 경쟁했고, 비슷한 시기 데뷔해 항상 비교되는 존재다. 쌍둥이들은 평생 경쟁하면서 살아야 된다고 하지 않나. 아이콘에게 위너는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아직도 아이콘과 위너를 헷갈려 하는 대중들이 많다.리더 비아이(B.I)는 “비주얼적으로 차이가 난다. 위너 형들이 키가 더 크다. 형들이 고급 스포츠카 느낌이라면 우리는 자전거 타는 정도”라
“연기를 할 때는 그 안에 함몰돼 있기도 하지만 꼭 그 반대의 것을 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겨울에 너무 추우면 빨리 여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심정처럼요.”MBC 종영극 ‘자체발광 오피스’는 배우 고아성에겐 하나의 도전이었다. 데뷔 이래 줄곧 정극에서 소비됐던 고아성은 이 작품으로 처음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다. 스스로를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라고 비유하며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거침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은호원에 자연스럽게 끌렸다고 했다. 평소 인간 고아성은 하지 못 하는 일들이라고 한다.“PD님을 처음 만났을 때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ㆍ17일 개봉)은 기존의 뻔한 범죄영화와는 확실히 다르다. 언더커버(잠복 수사), 마약, 조직 폭력배 등의 소재는 전형적인 범죄물과 다를 바 없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와 두 남자 주인공의 진한 감성이 영화를 지배한다.메가폰을 잡은 변성현 감독은 전작이 청불멜로영화 ‘나의 PS 파트너’(2012년)다. 설경구조차 “이걸 만든 감독이 범죄영화를 썼다고?”라며 의아해했다. 게다가 변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신세계’(2013년)가 언더커버 범죄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힐 시기였다.“장르만
한선화는 연기력 논란이 없는 아이돌 출신 배우다. 걸그룹 시크릿으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연기 경험을 쌓았고, 2014년 MBC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로 첫 주연도 꿰찼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자체발광)에서는 마케팅팀 대리 하지나에 완벽 빙의했다. 여우 짓을 일삼는 얄미운 캐릭터는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하지만 모든 기사마다 “배우병에 걸렸다”는 악플이 달렸다. 속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쿨했다. “그런 악플을 본 적이 있다. 사실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 좋게 봐주는
불한당(不汗黨)의 정석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온갖 극악무도한 짓을 하고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대범함, 어느 상황에도 흥분하지 않는 침착함, 애써 쓸쓸함을 감추는 과한 웃음소리까지. 설경구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ㆍ17일 개봉)에서 발군의 연기로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 불한당 한재호를 만들었음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졌다.그런데 정작 설경구는 자신의 연기가 아쉽다고 했다. 언론시사 후 취재진에게 받은 호평이 부담스럽기도 하단다. “좀 더 즐길 수 있는 캐릭터
임시완이 작정하고 변했다. tvN ‘미생’의 순수청년 장그래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영화 ‘불한당’(17일 개봉)에서 교도소로 위장 잠입한 비밀경찰 현수 역을 맡아 거칠고 투박한 액션부터 한껏 물오른 남성미까지 뿜어냈다. 특유의 고운 외모와 상반되는 불한당 같은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신참 현수의 의리와 배신을 담는다. 기존 범죄영화와 달리 두 남자의 감정 변화를 그리는 데 집중했으며,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눈에 띈다. 임시완 스스로도
왕년의 고소영 어디 가지 않았다. 10년 만의 복귀작 ‘완벽한 아내’가 시청률 4~6%로 씁쓸히 종영해 기죽을 법도 한데 당당했다. 자신보다 조여정이 더 주목을 받은 데 대해서도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캐릭터가 중심을 잃자 PD 앞에 가서 울고 불며 하소연했다고. 오히려 “KBS가 미안해하더라. 정신병에 걸릴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한술 더 떠 “작가 인터뷰 좀 해달라!”고 소리쳤다. 그만큼 애정을 쏟았기에 아쉬움이 커 보였다.고소영은 2007년 SBS 드라마 ‘푸른 물고기’ 이후 10년 만에 복귀했다. ‘완벽한 아내’에서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주가를 달리며 ‘톱모델’ 로 군림한 배정남. 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8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2012년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출연을 시작으로 ‘가면무도회’(2013년) '마스터’(2016년) 등 작품에서 간간이 얼굴을 드러냈지만,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런 배정남의 눈에 띄는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영화 ‘보안관’(3일 개봉)이다. 기존의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춘모 역을 맡아 가만히 있어도 관객을 웃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다. 특히 최
5년 전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화통했다. 영화 ‘특별시민’으로 돌아온 배우 곽도원의 얘기다. 오랜만에 마주한 곽도원은 “첫 질문으로 영화 어떻게 봤냐고 물어볼 것 아니냐”고 농을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거침없는 언변과 특유의 솔직함은 여전했고, 덕분에 인터뷰장은 웃음바다가 됐다.다수의 작품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곽도원은 ‘특별시민’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극중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한 변종구(최민식)의 오른팔이자 적수인 심혁수 역을 맡아 권력욕에 가득 찬 캐릭터를 연기했다. 곽도원은 뉴스를 통해 드러난
촬영 돌입 3일 전 투자가 무산됐다. 정형석 감독은 출연하기로 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모아놓고 영화 제작이 힘들게 됐음을 알렸다.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적은 돈으로 도와 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인데…’. 집으로 돌아온 정 감독은 자신이 가진 신용카드를 모두 꺼냈다. 테이블에 올려진 신용카드 6장. 3,000만 원 한도의 카드들로 영화 ‘여수밤바다’가 탄생했다.“크랭크인 3일을 앞두고 바람을 맞은 거죠. 그 때가 정말 여수로 내려가기 사흘 전이었는데, 제작비 해결이 안 된 상황에서는
대책 없이 망가졌다. 영화 ‘보안관’(3일 개봉) 속 이성민의 이야기다. 드라마 ‘골든타임’ ‘미생’, 영화 ‘변호인’ ‘군도: 민란의 시대’ 등에서 주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이성민의 파격적인 변신이 단연 눈에 띈다. 검은 쫄티에 반짝이는 금목걸이부터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젠틀하고 카리스마 있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자랑했다.물론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이성민이 연기한 대호는 누구보다 마을 사람들을 소중히 챙기고 아량이 넓은 인물이다. 실제로도 사람 냄새 풀풀 나는 모습이 닮았다. 주변인
오래 봐야 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유용함을 알 수 있다. 배우 김주혁이 그렇다. 차가운 인상이나 진지할 듯한 모습은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을 2년 동안 매주 촬영하면서 실은 허당도 이런 허당이 없는 ‘구탱이형’으로 대중의 호감도를 제법 끌어왔다. 그래서 새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석조저택·9일 개봉)의 캐릭터도 김주혁이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실은 그런 사람이 아닌걸 아니까 우리는 영화에서 김주혁의 변신에 또 놀라움을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로 더 잘 알려진 안재홍이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으로 관객몰이에 나섰다. 안재홍은 극중 신입사관 이서 역을 맡아 어리바리하지만 특별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정봉이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안재홍에게 더 할 나위 없이 특별한 영화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자 제작부 스태프 시절 처음 만난 이선균과 상대역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기 때문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