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출범 일주일을 맞은 카카오뱅크가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한도와 경쟁력 있는 금리로 흥행가도를 달렸지만 대출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달 1일부터 ‘직장인K 신용대출’의 판매를 중단한 K뱅크(케이뱅크)처럼 카카오뱅크도 머지않아 신용대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출범한지 며칠도 안돼 대출 업무가 중단될 수 위기가 놓였다. 혁신을 표방한 인터넷전문은행의 현실이다. 금융권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2일부터 마이너스 통장 대출 신청 시 개인신용등급에 따라 한도를 조정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출 실행 이전 고객들의 한도 체크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빠른 한도 대출 약정 증가와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한도대출에 한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얼마 전부터 대출업무가 원활하지 못했다. 카카오뱅크에서 대출 한도금액을 조회하거나 대출을 신청하면 “현재 대출 신청자가 너무 많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라는 안내가 나오는 경우가 빈번했다.

매번 오류가 나 아직도 대출을 받지 못했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카카오뱅크가 공시한 대출 가능 시간은 아침 6시에서 밤 11시까지인데 아침 6시에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신청해도, 밤 11시에 신청해도 신청자가 많아 기다리라는 메시지만 나온다”고 말했다.

3일 오전 7시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에는 151만9,000개의 계좌가 개설됐다. 고객들이 카카오뱅크에 맡긴 돈(예·적금)은 6,530억원, 카카오뱅크로부터 빌린 돈(대출, 실행 금액 기준)은 4,9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예대율)은 약 76% 수준이다. 체크카드는 103만5,000장이 발급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산 2조원 이상 시중은행의 예대율을 1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이를 지킬 필요는 없지만 앞서 출범한 케이뱅크도 이런 예대율 기준을 최대한 준수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수신금액은 유동성이 있을 수 있어 예대율 100% 이내에서 조금은 보수적으로 가져가려고 한다”며 “기존 시중은행보다는 예대율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용대출을 아예 중단한 것은 아니다. 최고 한도는 여전히 1억5,000만원이지만 폭발적인 대츨 증가에 이러다 한계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T가 최대주주인 케이뱅크와 달리 금융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의 58%를 가지고 있어 은산분리 완화와 상관없이 추가 증자가 가능하다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입장이지만, 여신 급증세가 계속되면 ‘증자 카드’만으로는 위태로울 수 있다.

그야말로 잘 나가던 카카오뱅크의 영업에 제동이 걸리자 금융권에서는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 때도 그렇고 금융권의 예상보다 빠르게 안착해 놀랐지만 덩치가 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은행보다 높은 이자와 싼 대출금리로 고객들을 잡았지만 초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대출도 대출인데 출범 초기는 규모가 크지 않아 금리 경쟁이 가능했지만 규모가 커지면 고객, 조직 등에 대한 관리 비용이 늘어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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