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정부가 정책보험의 일환으로 유병자와 은퇴자를 위한 실손보험을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역대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성보험이 잇단 뼈아픈 실패를 맛본 탓이다. 가입자에게는 부담이 높고 보험사로서는 수익성이 낮아 유명무실한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유병자와 은퇴자 등 보험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포용적 금융'의 방향으로 실손보험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사진=금융위원회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포괄적 금융’을 골자로 유병자와 은퇴자 실손보험을 마련하겠다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함께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 효과를 정밀 분석하고, 현 실손보험 구조의 전면 개편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유병자·은퇴자 등에 대한 실손보험을 도입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병자들이 그간 유병자보험으로도 일부 장기성 질환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60세 이상 은퇴자들이 회사 단체보험의 혜택이 끝난 뒤에도 실손보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목표 시기는 올해 말이다.

정부의 발표에 보험업계는 손해율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반 실손보험의 손해율도 전체 보험사에서 100%에 근접하거나 넘어섰다. 평균적으로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2015년 122.1%, 2016년 131.3%, 올해는 133.4%까지 치솟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8월 치른 실손보험 감사에서 드러난 대로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감수하고도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했다”며 “유병자 실손보험으로 현재보다 손해율이 더 오르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자와 은퇴자 실손보험은 ‘무늬만 다른 정책성보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회적 책임을 씌운 만큼 정부가 수익 보전 방안을 내놔야 하는 데다 가입자의 자기부담금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걱정이다.

현재 판매 중인 유병자보험과 노후실손보험은 흥행에 참패했다.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이 높은 데다 보험사도 수익성과 손해율을 따져 판매를 꺼렸다. 정부 주도에도 불구하고 출시 3년간 2만6,000여명의 가입자를 모으는데 그쳤다. 손해율도 140%에 달한다.

정부 주도의 정책성보험은 흥행성공 사례가 희박하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성보험은 사실상 대부분 실패했다. 4대악보험, 메르스보험, 태양광대여사업배상책임보험, 연안체험활동운영자배상책임보험 등이 열손가락에 꼽을 만큼의 계약만 성사시킨 뒤 소멸되거나 ‘깡통보험’으로 전락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자동차보험도 실패한 정책성 보험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상품인데 눈치싸움 탓에 보험료를 높이지는 못한다”며 “보장 범위나 보험금 지급 심사에 손을 댈 것”이라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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