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이번주는 화장실도 못갈 정도였습니다. 앉아서 밥이나 먹을 시간이 있으면 다행이죠. 그마저도 서서 10분 만에 해결했습니다. 추석 때 차례는 꿈도 못 꿔요.”

추석, 설과 같은 명절에 더 바쁜 사람들이 있다. 해외여행객이 몰리는 서울역 환전센터에서 일하는 은행 환전센터 직원들이다. 최장 10일에 달하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평균 고객 수의 두 배 이상을 맞으며, 평소보다 더 많은 시재를 확보하며 숨가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서울역 내 우리은행, 국민은행 환전센터를 찾았다.

우리은행 서울역 환전센터 모습.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두 은행 환전센터는 오전조와 오후조로 나눠 근무를 하고 있었다. 기자와 인터뷰를 나눈 두 은행의 직원들은 업무가 바빠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때문에 기자가 직접 환전센터 부스 안으로 들어가 손님이 없는 시간에 ‘틈새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기자가 환전센터를 찾은 날은 황금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달 28일, 서울역 1층 매표소 바로 옆에 위치한 우리은행 서울역 환전센터에는 아침 9시부터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연휴가 코앞이라 환전객들이 일찌감치 모여들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5시에 출근했다는 이무열 우리은행 서울역 환전센터 차장은 살짝 지친 기색이었으나 인터뷰를 시작하자 금세 활기를 띠었다.

비성수기 일때는 하루 평균 250~300명이 방문하는데, 이번주는 계속 400~500명가량이 환전센터를 찾았다. 하루 중 11시부터 오후 2시, 퇴근시간에 대기자가 많고, 통상 연휴가 시작되는 바로 전 주, 9월 마지막 주가 ‘피크’다. 이 차장은 “요즘같은 때는 평일 오전 9시부터 (환전고객이) 조금씩 오다가 9시부터는 계속 온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는 추석 전날까지 계속 대기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석 다음 날에는 귀국해서 남은 돈을 다시 바꾸려는 고객들로 또 붐빌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여름휴가 시즌이나 명절같은 특정 시기에 고객들이 몰리다보니 일반 영업점 행원보다 더 빠른 업무처리 능력이 요구되는 듯 했다. 영업점보다 두 배 빠른 손을 요구하는데, 시재 사고 위험은 그 이상으로 높아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소 30초, 최대 3분 안에 한 고객의 환전 업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제가 영업점에도 있어봤지만 ‘빨리빨리’의 강박이 훨씬 심한 곳입니다. 게다가 영업점에 비해 취급하는 업무가 (환전으로) 다소 한정돼 있고 늘 돈을 만지다보니 영업점보다 시재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크죠.”

일반 영업점과는 달리 특수한 환경에서 운영되다보니 나름의 고충도 있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2~3시까지 일하는 오전조, 오후 2~3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하는 오후조 2교대 근무가 일주일 단위로 바뀌다보니 정상적인 생활패턴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서울역 환전센터에 환전 관련 주의사항이 붙어있다.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서울역 환전센터가 우대율이 좋다고 무작정 방문하면 헛걸음을 하실 수도 있어요.”

이 차장은 환전을 하러 오기 전, 고객들이 챙겨봐야 할 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전하기를 원하는 권종이 충분히 있는지, 환전 금액에는 얼마나 제한이 있는지 등이다. 우리은행은 외화를 권종별로 10장씩 제한하고 있다. 환전금액은 내국인 500만원, 외국인 100만원으로 차등을 뒀다. 마침 기자가 갔을 때 10유로권으로 400유로를 원하는 고객이 환전센터를 찾아 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권종에 환전 제한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이 차장은 “취급을 하지만 요즘처럼 고객이 많이 몰리는 때는 다른 고객들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다 못 드린다”며 “외환 업무 특성상 지점에서 취급하는 권종이 은행별로, 또 지점별로 다르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은 고객들이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서둘러 이 차장과 인사를 나누고 공항철도 지하 2층에 위치한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를 방문했다.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 모습.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는 지난해 1월 초 문을 열어 2년 가까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곳의 출발을 처음부터 함께 했다는 박서연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 팀장 역시 일찍 출근해 끊임없이 밀려드는 고객을 맞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오전 11시쯤 이미 대기번호가 100번대를 넘어가 있는 상태였다.

“아마 29일 저녁이 제일 바쁠거에요. 통상 월요일과 금요일이 가장 바쁜 요일이기도 하고, 추석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토요일 바로 전날이라서요.”

2명의 직원이 환전 업무를 보던 우리은행과 달리, 국민은행은 센터에 3명의 직원이 있었다. 때문에 하루에 맞는 고객 수도 차이가 났다.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는 요즘 같이 바쁠 때는 하루 평균 800명, 바쁘지 않을 때는 600명 정도 고객이 찾는다. 일요일은 500명 수준이다.

그는 “최근 일주일이 서울역 환전센터 오픈 이래 고객이 가장 많았다”며 “원래 9월과 10월은 고객이 평소보다 적은데 올해 9월에는 추석이 낀 황금연휴가 있어서 계속 바빴다”고 전했다.

2교대, 30초~3분 내로 빠르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압박, 시재 사고에 대한 긴장은 서울역 환전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의 공통적인 고충인 듯 했다. 박 팀장은 “일반 영업점은 상품이 다양하고 고객의 니즈(요구)도 그에 맞춰 다양하기 때문에 머리는 아파도 체력적으로 덜 힘들다”면서도 “이곳은 ‘빨리’가 늘 강조되는 곳이고 2교대다 보니 바이오리듬이 깨질 뿐더러 요즘같이 바쁜 때는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래 있다보니 여행 상담까지 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독일에 3박 4일 가는데 얼마를 환전해 가야 하는지, 물가는 어느 정도인지를 저희에게 물어요. (웃음) 여행가시는 고객의 예산이나 이런 부분까지 저희가 파악해서 상담할 수가 없으니 때로는 곤란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여행가는 나라의 통화가 무엇인지 모르고 오시는 분들도 30% 정도 돼요. 꽤 많죠?”

그는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에 이어 업무를 보면서 당혹스러웠던 일화도 풀어놨다. 이런 고객이 많을 경우, 대기고객이 끊임없이 늘어난다고 박 팀장은 설명했다.

환전센터를 주로 찾는 연령대는 20대와 30대였다.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는 달러화, 엔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 환전시 최대 90% 환율우대를, 기타 통화도 40~50%까지 해준다. 영업점에서는 MVP 고객에게 기본 50%를 해주는데 2030 세대의 경우 MVP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이 곳의 우대율이 일반 영업점보다 좋다는 것을 사전에 알아보고 오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박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민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환전은 100만원 한도가 있는데 보통 유럽여행을 가는 대학생들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며 “통화 권종이 웬만하면 (이 곳에) 다 있기 때문에 20대와 30대 고객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는 현재 19개 권종을 보유하고 있다. 타행에서는 ‘환율 변동이 크다’는 이유로 잘 취급하지 않는 러시아 루블화나 체코 코루나화도 찾는 고객이 꽤 있어 지난해 들여다 놨다. 이들 통화 역시 40%까지 환율 우대를 해준다.

“추석 때요? 여행가시는 고객들 챙겨야죠. 가족들에게 미안하긴 한데…어쩔 수 없어요. 저희가 나중에 쉬어야죠.”

박서연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 팀장과 이무열 우리은행 서울역 환전센터 차장은 추석 당일에도 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을 고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고객의 여행, 그 첫 관문을 함께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이들 덕에 환전부터 기분 좋은 여행이 시작된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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