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국내 주요 은행들이 올해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외연 확대를 중점 과제로 삼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정책 등을 통해 늘어나는 가계대출 억제함에 따라 기업대출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은행 내부 상황과 문재인 정부 들어 생산적 금융을 장려하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발맞추는 외부 상황을 동시에 고려한 탓이다.

은행마다 중기 대출 활성화 대책도 다양하다. 중소기업 대출을 장려하기 위해 여신담당자가 기업대출을 진행하다가 부실이 발생해도 큰 책임을 지우지 않는 방안을 마련한 은행도 나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주담대 위주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당국의 지적이 있었던 만큼 지난해 말부터 대출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판도 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리우대의 혜택을 제공하고 이들을 위한 전용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는 오히려 경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일 중소기업을 위한 1%대 초저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소상공인과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온리원(only-one) 동반자대출’로 별도의 가산금리 없이 대출 실행시점의 기준금리(1일 기준 코리보 1년물 1.96%)만 적용한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소기업금융을 가장 먼저 언급할 정도로 중기 대출 시장을 선도할 것을 밝혔다. 기업은행의 올해 중기자금 공급목표액은 45조원으로 지난해 43조5,00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우리은행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금리 우대를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4대 사회보험을 도입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최대 연 0.4%P 우대하기로 했다. 적용 상품은 중소기업 특화 상품인 ‘우리CUBE론’, ‘우리가맹점파워통장대출’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10월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장려하는 차원에서 ‘면책판정협의회’를 도입했다.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경우를 제외한 여신사고에 대하여 감사부의 사고 처리 확정 전에 면책 해당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기업여신에 부실이 발생해도 담당자의 고의·중과실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 심사를 통해 밝혀진다면 담당자 책임을 강하게 묻지 않겠다는 취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징계 및 변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여신을 기피하는 것을 방지하며 여신 사고 발생시 감사하기 전에 객관적으로 취급자의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할 목적”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중기 대출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여전히 상승세라 당국(의 정책방향)을 따라간다고는 하지만 마냥 이쪽을 늘릴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은행들은 중기 대상으로 대출 혜택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 중기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성장성과 재무적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대출이라는 본질적인 리스크 때문에 대출심사를 더욱 강화할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2018년 1분기 전망)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4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7로 나타났다. 대출태도지수가 양(+)이면 대출 완화, 음(-)이면 대출 강화를 뜻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와 보증보다는 중소기업의 기술력 등 잠재력을 보고 대출을 해주겠다는 은행들도 있지만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융위가 밝힌 중소기업 신용대출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엇박자를 타는 은행들의 중기 대출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