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 MVP 상금으로 동료들 신발 구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역대급’ 외국인 선수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성적이면 성적, 인성이면 인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프로배구 남자부 KB손해보험의 외인 노우모리 케이타(21·등록명 케이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시즌 남자부를 발칵 뒤집었던 사건은 KB손해보험의 케이타 지명이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이상렬(57) 전 감독은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케이타의 이름을 호명했다. 기존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프로 경험이 적은 케이타를 선택한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이상렬 전 감독 역시 "사실 실패 가능성도 있지만, 팀에 어린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의 결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케이타는 압도적인 실력과 특유의 '흥' 넘치는 세리머니까지 스타가 되기 위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 코트 위에서는 불꽃 같은 에너지를 뿜어냈지만, 코트 밖에선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 지난 시즌 득점 1위(1147점), 서브 3위(세트당 0.507개), 공격 5위(성공률 52.74%) 등 맹활약하며 KB손해보험의 10년 만의 봄 배구를 이끌었다.
올 시즌에도 각종 개인 기록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다. 그만큼 KB손해보험은 케이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팀 득점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다. 최근 김정호(25), 정동근(27) 등의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의존도가 더욱 배가됐다. 자연스럽게 케이타의 컨디션에 따라 팀의 경기력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케이타는 "사실 오히려 제가 볼을 많이 치겠다고 요구하는 편이다. 너무 많이 요구하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세터 황택의(26)와 호흡을 맞추려고 늘 노력 중이다. 아직 100%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맞춰나갈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뛰어난 실력만큼 유쾌한 성격으로 팀 내 분위기 메이커 몫도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V리그 올스타전에서 화려한 춤사위를 뽐내며 세리머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어린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면도 있다. 올 시즌 4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받은 상금을 동료들의 신발을 구매하는 데에 사용했다. 케이타는 "내가 열심히 하니 동료 선수들이 내 가족에게 TV와 냉장고를 선물해줬다. 너무 고마웠다. 사실 전에도 느낀 거지만 가족 같다. 저를 동생처럼 잘 챙겨줘서 고마운 마음에 신발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최근 남자부에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이 있었다. OK금융그룹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32·등록명 레오)와 우리카드의 외인 알렉산드리 페헤이라(31·등록명 알렉스)가 관중석을 향해 슈팅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두 선수는 V리그 경험이 많았음에도 이 같은 기행을 벌였다. 하지만 케이타는 나이는 어리지만 그 어떤 외인 선수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저는 모든 게임에 집중력을 발휘하고 싶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챔피언을 향해 달려가겠다"며 "그게 팬들이 보내주시는 응원에 보답하는 일이다. 우리는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힘주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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