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우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스경제/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투자자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가 ESG 평가등급을 더 적극적으로 참조하면서, ESG 평가기관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ESG 평가등급을 최종 결과물로 생산하는 평가 서비스 사업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ESG 평가사업을 둘러싼 두 가지 현안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잠재적 이해 상충의 문제이다. 어떤 평가기관들은 피 평가기업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작성이나 인증과 같은 ESG 자문 서비스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평가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외부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작성해 주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문제가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상, 해법도 단순하다. 잠재적 이해 상충의 문제를 적시에 해소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좀 더 복잡한데, 평가등급 간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이다. 동일한 피 평가기업에 대한 ESG 평가등급이 평가기관마다 다르고, 이것이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차이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평가기관마다 평가의 잣대가 다를 수 있으므로, 평가등급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한 평가기관이 피 평가기업의 환경오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즉, impact materiality)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길 때, 다른 기관은 환경오염이 해당 기업에 미치는 재정적 영향(즉, financial materiality)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진짜 문제는 평가등급의 수요자들이 평가등급 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평가기관들의 각기 다른 평가 기준과 평가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평가등급 간 차이가 일으키는 혼선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평가기관이 서비스의 경쟁력과 직결된 평가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투자자들이 복수의 ESG 평가등급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투자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복수의 등급을 사용하면 특정 평가기관의 평가등급이 가진 고유한 노이즈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평가등급을 사용하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라는 명제에는 몇 가지 정책적 시사점이 있다. 첫째, 특정 평가기관의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쟁 구도는 투자자 친화적이라고 볼 수 없다. 투자자들이 더 다양한 평가등급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평가등급 간 차이를 불식시키려는 섣부른 규제, 즉 평가 기준과 절차를 표준화하려는 시도는 불필요하다. ESG 성과는 본연적으로 다면적이므로, 다양한 평가등급의 쓸모에 대한 경쟁을 통해 평가사업의 시장을 유기적으로 형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규제는 평가의 원천자료가 되는 기업의 ESG 공시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ESG 평가사업이 미공개된 자료를 수집하는 데 자원을 소모하지 않고, 기공시된 자료를 분석하고 활용하는데 더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하여 ESG 평가사업이 공시자료를 등급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 평가기업의 미래 ESG 성과를 예측하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 재무분석가들이 재무성과를 예측하는 것으로 사업모델을 구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ESG 분석가들도 ESG 성과를 예측하고 기업가치와의 관련성을 타진할 수 있을 것이다. 

ESG 평가사업의 미래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되는 지속가능성보고기준의 성공적 안착은 물론, 공시자료의 작성과 인증, 평가를 둘러싼 잠재적 이해 상충의 해소, 평가 기준과 절차에 대한 투명성 확보, 그리고 경쟁을 담보로 한 평가산업의 유기적 성장에 달려있다. 

 

 

이우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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