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한스경제/ 조명래 석좌교수]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1.5도 특별보고서(2018년)’에 의하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이상 오르면 50년 빈도의 폭염 8배, 10년 홍수빈도 1.5배, 농업·식생 가뭄 2배, 각각 강화된다. 서식환경의 악화로 식물의 8%, 척추동물의 4%가 절멸하게 된다. 인구의 4분의 1이 사는 적도 지역은 ‘생명한계온도(습구온도 35도)’에 이르러 더는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뀐다. 1.5도 오르면 2.0도로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지난 500만 년 동안 인류는 산업화 이전 대비 2.0도 오른 기후환경에서 살아 본 적이 없다. 

탄소중립은 악화일로의 ‘기후변화’를 멈추고, 나아가 지구환경의 기후탄력성(climate resilience)을 회복하기 위해 인류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1.5도 상승을 막지 않으면, 인류의 생명이 있는 미래는 불투명하다. 2018년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 이후 120여 개국 (2020년 기준)이 탄소중립 동참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선언되었다. 2021년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시나리오를 발표했고 세계 14번째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의하면 2018년 대비 2050년 배출량을 84~89% 줄여야 한다. 현재 고탄소 배출의 산업경제와 일상 소비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 즉 ‘탈탄소화’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탄소중립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기후위기의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렇다. 기후위기는 자연재난과 같은 물리적 리스크로서, 그리고 위기 대응에 따른 규제 혹은 이행 리스크로 다가와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세계경제포럼에 의하면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세계 GDP가 최대 18%까지 손실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행 리스크 비용은 급속히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GDP의 15%를 차지하는 5대 부문의 대표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제때 하지 않으면 2030년경 매출액의 30%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올 10월부터 시행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탄소세)로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1조 2,000억 원의 추가 관세를 부담할 형편이다. 탄소를 배출하는 주요 제품들은 멀지 않아 수출을 못 하거나 하더라도 많은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탈탄소화하지 않으면 현재의 산업시설은 쓸모없는 ‘좌초자산’으로 전락하게 된다. 선진국 중에서 ‘자초자산화’의 위험이 가장 큰 한국은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그만큼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탄소중립은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멕킨지에 의하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선 전 세계적으로 연간 9조 2,000억 달러가 투자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총 2,600조 원이 들 것이란 한 민간연구소의 보고서가 있다. 연간 86조 원으로 국가 예산의 7, 8%에 해당하는 규모다. 2050년까지 6번의 정권교체(대통령선거 기준)가 있다. 지금부터 모든 정부가 탄소중립의 책무를 골고루 나누어 맡아 수행해야 한다. 지금의 정부가 탄소중립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가 그만큼 더 부담해야 한다. 

탄소중립의 초기 단계인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탄소중립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탈탄소 기술개발 및 재정투자 정책이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그린뉴딜 5개년 계획’으로 바꾸어 정권의 변화 없이 2050년까지 지속해 추진되어야 한다. 2030년대 후반을 지나면 이러한 투자는 편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탈탄소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국가 경쟁력이 선진화되는 등이 편익이다. 탄소중립을 제5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오늘날 국가 리더십의 덕목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읽고 끌어내는 안목과 역량의 구비에 있다. 

 

조명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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