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릉아이스아레나는 최민정(26)에겐 잊을 수 없는 곳이다. 그는 2018년 2월 13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에서 임페딩(밀기 파울) 판정으로 실격 처리되면서 눈물을 흘렸다. 믹스트존에서 눈물을 쏟으며 눈 주위가 벌겋게 된 최민정을 보고 국내 취재진도 선뜻 질문하지 못했던 그날의 숙연했던 분위기가 문득 떠올랐다. 후배들을 응원하러 6년 만에 다시 강릉아이스아레나를 찾은 최민정의 소식을 전해 받고서다.
최민정은 전형적인 ‘운동 모범생’이다. 꼼꼼한 성격으로 훈련일지를 남기는 선수다. ‘체력왕’인 동시에 ‘독서광’이기도 하다. 박사 출신인 장미란(41)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선수 시절 그랬듯, 최민정도 훈련 외 시간에 틈틈이 책을 읽는 편이다. 성실의 아이콘인 최민정은 잔뜩 기대를 받았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실격 처리된 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보답하고 싶었다.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울먹였다.
쇼트트랙 선수에게 최고의 영광은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동계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당시 나이 스무 살 남짓의 국가대표 최민정은 특히 국내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최대한 많은 메달을 획득해 팬들을 기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한편으론 커다란 정신적 압박에 힘을 쥐어 짜내며 빙판을 달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500m에선 실격됐지만 주종목인 1500m를 비롯해 3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환하게 웃었다.
19일 개막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선 ‘6년 전 최민정의 눈물’과 같은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최민정 역시 "청소년올림픽은 청소년일 때만 뛸 수 있는 대회다. 즐기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이 대회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생각으로 뛰면 좋겠다.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강원 2024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회는 메달 획득 현황을 토대로 한 국가별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시상식은 성인올림픽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2010년 출범 때부터 국가별 종합 순위를 매기지 않았다. IOC는 올림픽 운동의 확산을 기치로 청소년올림픽을 선수들의 경쟁보다는 ‘화합’을 중시하는 대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자라나는 동계스포츠의 꿈나무들에게 순위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 선수들과 함께 즐기며 소통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 6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을 막 끝내고 따로 만난 최민정이 추천한 책 중 하나는 바로 ‘신경 끄기의 기술’이었다. 저자 마크 맨슨(40)은 프롤로그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려라”고 했다.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한 꿈나무들이여, 순위 경쟁의 압박은 잊고 그냥 마음껏 즐겨라.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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