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별리그서 졸전 펼친 한국 축구 대표팀에 비난 여론 도 넘는다는 지적
손흥민 "선수들은 축구 선수이기 전에 한 사람이자 인간이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대회를 마친 뒤 비판해도 늦지 않다"
손흥민. /연합뉴스
손흥민.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조 2위(1승 2무·승점 5)로 16강에 오른 한국 축구 대표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이하 한국 시각)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대회 E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이 3-3 무승부로 끝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위르겐 클린스만(60)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3위)이 87위 요르단(2-2 무)과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졸전을 거듭하자 축구 팬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선수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직접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이 많았다. 말레이시아전에서 페널티킥을 내준 측면 수비수 설영우(26)의 SNS엔 “겉멋 들었다”, “은퇴하라” 등 1600여 개의 악성 댓글들이 달렸다.

이번 대회에서 3경기째 침묵하고 있는 스트라이커 조규성(26)의 SNS에도 악성 댓글이 폭주했다. 조규성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것을 문제 삼으며 “조규성 치면 ‘나 혼자 산다’가 나온다, 네가 예능인이냐”, “앞으로 ‘나 혼자 산다’ 같은 거 찍지 말고 축구나 열심히 해라”, “헤어밴드 신경 쓰느라 축구에 집중을 못 하는 게 조규성의 문제점이다”는 식으로 경기력과 무관한 비난들이 쇄도했다.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조규성이 자신의 슛이 골대를 벗어나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조규성이 자신의 슛이 골대를 벗어나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 넘은 악성 댓글 공격이 계속되자 대표팀 주장 손흥민(32)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을 흔들지 않고 보호해 주시면 좋겠다. 온라인과 SNS에서 도 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가족과 동료가 있다. 그런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며 “선수들은 축구 선수이기 전에 한 사람이자 인간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수들을 아껴주시면 좋겠다. 팬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과거 한국 대표팀을 이끌며 많은 비판과 비난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신태용(54) 인도네시아 감독도 여론이 좋지 않은 클린스만호를 감쌌다. 신 감독은 27일 호주와 아시안컵 16강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선수 모두 많은 비판을 마주하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감독이나 선수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을 열어보고 ‘오늘은 어떤 말이 있나, 없나’ 등 확인한다”며 “선수들을 믿고 악성 댓글보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줘야 한다. 선수들은 악성 댓글 하나에 컨디션 및 멘탈이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회를 마친 뒤 비판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악성 댓글보다는 클린스만호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 줘야 한다. 내 경험상 응원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실제로 응원을 보내는 팬들도 많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A점주는 “대표팀이 (지금 위기를) 잘 극복해 내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대표팀이 잘하면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닌가. 소상공인들도 좋고 손님들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다. 선수들이 힘내서 우승까지 가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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