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현금 사용 비중 감소
은행권, 핀테크 기술 도입 및 협업 사례 증가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결제 메커니즘이 변화하면서 은행권이 핀테크 기술 도입 및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결제 메커니즘이 변화하면서 은행권이 핀테크 기술 도입 및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소비자의 현금 사용 비중이 줄고 있다. 이 같은 결제 매커니즘 변화에 따라 은행권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핀테크 기업와 협업을 추진하거나, 자체적으로 관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금융소비자의 현금사용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의 그로벌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총결제금액 대비 현금 사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대비 4%p가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진입하고 있다. 지급수단별 이용비중(금액기준)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7.4%에서 2021년 14.6%로 감소했으며, 사용 건수 역시 2019년 26.4%에서 2021년에는 21.6%로 낮아졌다.  

반면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지급 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중 지급카드 결제금액은 2조 9100억원이며 이 가운데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결제 비중은 전체의 50.2%인 1조 462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의 44.1%와 비교해 6%p가 증가한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2023년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현금사용 감소세 지속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지난 몇 년간 현금 대신 신용카드나 전자결제 등의 대체 결제수단이 폭넓게 사용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영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의 결제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은행은 예금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으며 기업간(B2B) 지급결제시장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미국의 경우, 기준금리 대비 저조한 예금금리 인상으로 예금자들은 예금을 해지하고 비교적 금리가 높은 단기투자상품인 머니파켓펀드(MMF)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2022년 2분기부터 5분기 동안 1만 2000억 달러 이상의 금액이 은행에서 감소했다. 반면 지난달 31일 기준, 미국 MMF의 총자산 규모는 6조 21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은행권은 수익성이 좋아 '핵심예금'으로 꼽히는 저원가성 수신이 급갑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590조 7120억원으로 지난 1월 대비 26조 360억원이 감소했다.  

저원가성 예금은 원가가 낮은 예금으로, 은행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은행 수익의 핵심으로 꼽힌다. 

아울러, 그동안 B2B 지급결제는 은행 중심으로 주로 기업어음을 활용했으나, 최근 지급결제시스템이 간편화되면서 기업과 소비자간(B2C) 거래처럼 모바일을 활용한 시스템이 B2B시장으로도 확장되는 추세다. 

B2B 시장에도 ACH(Automated Clearing House·자동어음 교환시스템), RTP(Real-Time Payment·실시간 전송 프로토콜) 등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의 영업력이 감소하고 있다. 

금융권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은 자체적으로 핀테크 기술을 도입하거나,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글로벌 은행권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촉망받고 있는 디지털지갑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 세계 디지털지갑 거래 총액은 2023년 기준 9조달러지만 2028년에는 77% 증가한 16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P모건을 비롯한 미국 7개 대형 은행은 지난해 9월, 애플이나 구글 등과 경쟁하기 위해 공동 협력해 고객의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계좌에 직접 연결되는 디지털지갑인 페이즈(Paze)를 올해 중으로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애플페이 사용자 수는 2018년 6000만명에서 2023년에는 5억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국내에서는 KB국민은행이 디지털지갑 시장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국민지갑'을 출시했다. '국민지갑'은 신분·증명·결제 등, 실물 지갑을 대체하는 간편 기능에 생활 연계 서비스를 더한 디지털 지갑 형태의 생활밀착형 플랫폼이다. 국민지갑 고객은 그동안 각각의 웹사이트나 앱에서만 이용 가능했던 다양한 서비스를 KB스타뱅킹 내 국민지갑에서 한번에 신청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8월에는 디지털지갑 형태의 생활밀착형 플랫폼인 'KB Wallet'을 내놓았다. ‘KB Wallet’은 신분·증명·결제 등, 실물지갑을 대체하는 간편 기능에 생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테크 기업과 협업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JP모건은 핀테크 기업인 구스토(Gusto)와 협력해 소기업 고객을 대상 디지털 급여 처리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영국 로이드뱅크(Lloyds Bank)는 파이서브(Fiserv)와 제휴해 유럽 기업 대상 카드 거래 시 도매 환율을 기반으로 하는 자국통화결제(dynamic currency conversio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데이터 API 전문기업인 하이픈코퍼레이션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외환(Foreign Exchange) 정보화 서비스와 관련된 신사업 발굴 및 수익모델 창출 △신탁업무와 하이픈 선불충전 서비스를 연계하는 사업 △양사의 API 결합을 통한 혁신 서비스 개발 △공급망 금융(Supply Chain Finance) 제휴 신규 사업모델 발굴 등 추진한다. 

하이픈코퍼레이션은 카드결제·인터넷전자지불결제대행 등 종합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에스넷의 자회사로 데이터 API 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통해 현재 핀테크, 프롭테크,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550여개의 AP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하나은행 글로벌 지급결제 중개사 GLN인터내셔널와 함께 글로벌 지급결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플랫폼 스타뱅킹, 리브넥스트, KB Wallet 등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GLN이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모바일 결제 ATM 출금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주영민 연구원은 "은행은 디지털 혁신과 전통적인 서비스 간 균형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며, 결제업계와의 경쟁우위 강화를 위해 핵심 가치 보존, 금융보안 강화 및 민첩한 의사결정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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