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월 한-EU 해상수출비 72% 급등, 운항일수 12~14일 추가돼
中-유럽 철도수요 100% 증가…요금 20% 늘어도 해상보다 30% 낮아
컨테이너선 / BIMCO 제공
컨테이너선 / BIMCO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홍해 지역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공격이 장기화되자 유럽으로의 해상운송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는 해상운송비가 한 달 만에 70% 넘게 급등하자 국내 수출무역로를 철도, 항공, 복합운송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8일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홍해 예멘 사태로 유럽연합(EU)과 교역 중인 국내 화주들의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납기 지연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해 사태가 장기화될 시 EU의 아시아 수입이 둔화되거나 중국-유럽횡단철도(TCR) 등 내륙 운송로를 확보한 중국과 비교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티 공습 이후 전세계 선박이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자 해상운송비와 운송일정이 급증했다. 발틱국제해운동맹(BIMCO)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올해 첫 7주간 아덴만과 홍해를 오가는 화물량은 전년보다 21%,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컨테이너선은 70% 급감했다.

미국 동·서부, 유럽 연합 원거리 항로 해상수출비 월별 추이 / 관세청 제공
미국 동·서부, 유럽 연합 원거리 항로 해상수출비 월별 추이 / 관세청 제공

그중 아시아·태평양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운임은 지난해 11월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지난 16일 관세청의 ‘1월 수출입 운송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EU로 향하는 해상운송비는 컨테이너 2TEU당 평균 434만4000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72% 급등했다.

옥웅기 무역협회 연구원은 “올 2월 들어 국내에서 EU로 향하는 해상운임은 작년 10월 대비 250.1% 상승했으며, 운항일수는 12~14일이 추가돼 납기 지연이 지속되고 있다”며 “희망봉 우회, 파나마 가뭄 등 글로벌 양대 운하의 운항 차질로 주요 항로의 해상운임이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항공 운임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EU 간의 수출입 무역은 80%가 해상으로 이뤄지는 등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중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이차전지 등 품목은 96% 이상이 해상으로 운송돼 해상운송비 상승과 납기 지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해 1월 국제통화기금(IMF)이 홍해 사태를 감안해 유로 지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둔화된 EU 경기도 국내 기업들에 불안요소로 꼽힌다. 장기화된 공급망 교란으로 아시아 수입물가가 높아질수록 EU의 수입수요가 둔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수입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옥 연구원은 “향후 한국과 EU 간의 높은 운송비가 EU 수출가격에 전가될 경우 EU시장에서 육로 운송로가 확보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경우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점유율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홍해 사태로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운임비도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컨테이너선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운임이 지난해 평균 882달러에서 올해 평균 2873달러로 226% 급등했다고 밝혔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유럽 횡단철도(TCR) 노선도 / 한국무역협회 제공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유럽 횡단철도(TCR) 노선도 / 한국무역협회 제공

중국 외신에 따르면 홍해 사태 이후 유럽으로 향하는 TCR 수요는 100%가 증가했으며, 전체 TCR 운송물량의 30%가 유럽으로 운송되고 있다. 이는 이전보다 18%가 증가한 물량이다. 중국 화물운송 내 TSR 점유율은 2016년 1.5%에서 점차 확대돼 2022년 8%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충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TCR 운임이 과거보다 20% 증가한 4000~5000달러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해상운송비보다 30%가 저렴하다. 운송일정 또한 충칭에서 유럽까지 철도로 15~20일이 걸려 해상보다 7~10일 빨리 도착할 수 있다.

한국-유럽 수출입 대안경로 / 한국무역협회(KITA)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 내 발췌
한국-유럽 수출입 대안경로 / 한국무역협회(KITA)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 내 발췌

이에 옥웅기 연구원은 “기업은 수출 시 납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상품의 주문일시와 인도일시 사이에 필요한 리드타임(Lead Time)을 충분히 책정해 선적 최소 한 달전부터 선복을 확정하고, 철도·항공·복합운송(Sea&Air), 니어쇼어링 등 다양한 대안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둔화 속 물류 수요가 제한되어 있고,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313만TEU 선복량이 신규 투입될 예정인 만큼 운임 상승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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