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럽 철도수요 100% 증가…요금 20% 늘어도 해상보다 30% 낮아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홍해 지역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공격이 장기화되자 유럽으로의 해상운송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는 해상운송비가 한 달 만에 70% 넘게 급등하자 국내 수출무역로를 철도, 항공, 복합운송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8일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홍해 예멘 사태로 유럽연합(EU)과 교역 중인 국내 화주들의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납기 지연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해 사태가 장기화될 시 EU의 아시아 수입이 둔화되거나 중국-유럽횡단철도(TCR) 등 내륙 운송로를 확보한 중국과 비교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티 공습 이후 전세계 선박이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자 해상운송비와 운송일정이 급증했다. 발틱국제해운동맹(BIMCO)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올해 첫 7주간 아덴만과 홍해를 오가는 화물량은 전년보다 21%,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컨테이너선은 70% 급감했다.
그중 아시아·태평양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운임은 지난해 11월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지난 16일 관세청의 ‘1월 수출입 운송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EU로 향하는 해상운송비는 컨테이너 2TEU당 평균 434만4000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72% 급등했다.
옥웅기 무역협회 연구원은 “올 2월 들어 국내에서 EU로 향하는 해상운임은 작년 10월 대비 250.1% 상승했으며, 운항일수는 12~14일이 추가돼 납기 지연이 지속되고 있다”며 “희망봉 우회, 파나마 가뭄 등 글로벌 양대 운하의 운항 차질로 주요 항로의 해상운임이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항공 운임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EU 간의 수출입 무역은 80%가 해상으로 이뤄지는 등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중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이차전지 등 품목은 96% 이상이 해상으로 운송돼 해상운송비 상승과 납기 지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해 1월 국제통화기금(IMF)이 홍해 사태를 감안해 유로 지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둔화된 EU 경기도 국내 기업들에 불안요소로 꼽힌다. 장기화된 공급망 교란으로 아시아 수입물가가 높아질수록 EU의 수입수요가 둔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수입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옥 연구원은 “향후 한국과 EU 간의 높은 운송비가 EU 수출가격에 전가될 경우 EU시장에서 육로 운송로가 확보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경우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점유율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홍해 사태로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운임비도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컨테이너선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운임이 지난해 평균 882달러에서 올해 평균 2873달러로 226% 급등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신에 따르면 홍해 사태 이후 유럽으로 향하는 TCR 수요는 100%가 증가했으며, 전체 TCR 운송물량의 30%가 유럽으로 운송되고 있다. 이는 이전보다 18%가 증가한 물량이다. 중국 화물운송 내 TSR 점유율은 2016년 1.5%에서 점차 확대돼 2022년 8%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충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TCR 운임이 과거보다 20% 증가한 4000~5000달러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해상운송비보다 30%가 저렴하다. 운송일정 또한 충칭에서 유럽까지 철도로 15~20일이 걸려 해상보다 7~10일 빨리 도착할 수 있다.
이에 옥웅기 연구원은 “기업은 수출 시 납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상품의 주문일시와 인도일시 사이에 필요한 리드타임(Lead Time)을 충분히 책정해 선적 최소 한 달전부터 선복을 확정하고, 철도·항공·복합운송(Sea&Air), 니어쇼어링 등 다양한 대안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둔화 속 물류 수요가 제한되어 있고,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313만TEU 선복량이 신규 투입될 예정인 만큼 운임 상승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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