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테슬라·볼보 유럽 공장 운영 중단…글로벌 소매업체 2주간 배송 지연
국내 수출입기업 “당장 차질은 없어”...HMM 2월초까지 선박 3척 긴급 투입
홍해서 후티 미사일 격추하는 영국 구축함 / 연합뉴스 제공
홍해서 후티 미사일 격추하는 영국 구축함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지난해 말부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들을 공격하자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도 반격을 시작했다. 글로벌 무역의 12%가 통과하는 수에즈운하의 위험이 고조되자 글로벌 물류망의 불확실성도 악화되고 있다.

평시 수에즈운하를 운항하던 100~150척의 컨테이너선들은 후티 반군의 위협이 시작된 이후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기 시작해 올해 1월 초 33척만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했다.

만약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한 선박이 독일 함부르크항만까지 희망봉으로 우회한다면, 수에즈운하보다 7000km가 늘어난다. 운항시간도 왕복 기준 15일가량이 증가한다. 즉, 선사가 아시아-유럽항로의 주 1항차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선별로 2~3척의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

유럽에 도착하는 아시아 화물들이 점차 지연되자 글로벌 완성차기업인 테슬라와 볼보 등은 부품 부족으로 유럽공장의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오는 29일부터 2월 11일까지 일부 조립 색션을 제외하고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볼보는 기어박스의 운송지연으로 이번 주 중 사흘간 벨기에 겐트 공장 내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자동차 전문 컨설팅회사 오토폴케스트 솔루션(AFC)은 “유럽연합(EU) 내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EV) 공급을 아시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공급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 완성차기업 지리자동차와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영국 의류업체 넥스트, 미국 신발브랜드 크록스 등 글로벌 소매업체들은 홍해 내 긴장 고조로 고객들에게 2주 이상의 배송 지연 가능성을 공유했다.

글로벌 데이터제공업체 포카이츠의 제품관리 부사장은 “홍해 내 혼란이 향후 2~3주간 지속된다면 4월과 5월에는 진열대에 상품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운항일수의 증가는 운임상승도 견인했다. 실제로 부산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지난해 12월 15일 1606달러에서 지난 1월 5일 3732달러로 211% 급증했다.

현재 국내 수출입기업들은 당장의 차질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수출물품 선적과 함께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도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도 “현재는 희망봉 우회로 인한 10일 가량의 운송지연 문제만 있다”며 “자동차선은 비정기적으로 운항하고, 3-5년의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에 현재 운임상승의 영향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통상 1월은 중국의 춘절을 앞두고 있어 물량이 집중되는 성수기이다. 즉, 가뜩이나 선박 내 자리 확보가 어려운데 운항지연으로 화물을 실을 선박이 부족한 것이다.

HMM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 HMM
HMM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 HMM

이에 국적선사 HMM은 1월 중순에서 2월 초 사이 북유럽 노선에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박 1척과 지중해 노선에 4000~6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3척을 임시 투입하겠다 발표했다. 또한 가용공간에 한국발 물량을 최우선으로 배정하고, 중소기업의 물량은 화주 수요에 기반해 전용선적공간을 집중 제공할 방침이다.

HMM 관계자는 “별도의 여유 선박이 없는 상황에서 임시 선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노선의 선박을 재배치하는 등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 임시 선박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올해 컨테이너시장 내 선박 공급 과잉이 우려됐지만, 홍해 사태로 인해 자연적으로 공급조절 효과가 나타났다”며 “운임상승으로 단기스팟 수익성이 개선된 컨테이너선사는 위협을 감수하면서 수에즈운하 통행을 조기에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는 세계 양대 운하가 통항 차질을 겪는 이례적인 환경이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파나마운하는 기록적인 가뭄으로 선박의 일일 통항척수를 제한하고 있다. 오는 16일부터는 일일 통행 선박 수를 평소 36척에서 24척으로 제한한다.

KOBC는 “수에즈운하 내 무력충돌 확대로 홍해 지역의 불확실성이 증대돼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파나마운하는 5월이 되어서야 단계적 통상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양대 운하 모두 통항 장애요인이 당분간 해소되지 않아 운임시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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