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과 동아시아 농구 매개한 아반도
농구 열기로 가득한 필리핀 세부
서울 SK 선수단 모습. /EASL 제공
서울 SK 선수단 모습. /EASL 제공

[세부(필리핀)=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10일 치바 제츠(일본)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2023-2024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농구의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데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8일부터 10일까지 필리핀 세부의 라푸라푸 훕스돔에서 열린 EASL 파이널4에 참가한 한국농구연맹(KBL) 소속 팀들은 서울 SK 나이츠(준우승)와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3위)다. 두 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EASL 파이널4에 오르며 KBL의 위상을 드높였다.

◆한국과 동아시아 농구 매개한 아반도

특히 한국과 동아시아 농구를 매개한 선수는 필리핀 출신의 렌즈 아반도(26)다. 파이널4 개최지 필리핀 세부 현장에서 느낀 아반도의 인기는 엄청났다. 6일 늦은 오후 세부 공항에 도착한 정관장 선수단은 아반도를 필두로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아반도는 공항에서 공항 직원과 현지 팬들의 숱한 기념 사진 촬영 요청을 받으며 인기를 과시했다.

아반도는 7일 파이널4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가장 많이 받았다. 정관장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아반도는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날 아반도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국내 취재진 10여명에 둘러싸여 질문 세례를 받았다.

허리 부상에서 복귀한 지 사흘 만인 6일 모국에서 열리는 EASL 파이널4에 출전하러 필리핀행 비행기에 올랐던 아반도는 “필리핀에 와서 경기를 치르게 돼 너무 기쁘다. 과분한 사랑을 주시고 힘든 상황에도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 SK 오재현. /EASL 제공
서울 SK 오재현. /EASL 제공

8일 SK와 정관장의 EASL 준결승전이 열린 훕스돔은 KBL 경기장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아반도를 비롯해 SK 오재현(25) 등을 보러 온 한국 및 동아시아 팬들이 관람석을 가득 메우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결과는 SK의 94-79 승리. EASL 파이널4 2경기로 SK와 정관장은 물론 소속 리그인 KBL에 대한 홍보도 확실히 됐다.

EASL 파이널4 현장엔 KBL 관계자들이 다수 파견됐다. EASL의 흥행은 KBL의 흥행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장을 찾은 KBL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지에 “KBL은 EASL이 프로농구 발전과 국제화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원년 출범부터 적극적으로 참가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라고 의미를 짚었다.

◆농구 열기로 가득한 필리핀 세부

EASL 측은 아시아 농구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EASL 관계자에 의하면 미국프로농구(NBA) 전설인 스티브 내쉬(50)를 비롯해 조쉬 차일드리스(41), 셰인 베티에(46)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일단 올해 축제의 장소는 필리핀이 됐다. 현장에서 만난 EASL의 한 관계자는 “당초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일본, 대만 등을 두루 검토했지만 농구 열정이 큰 곳이기도 하고 후원 측면에서도 필리핀이 가장 적합한 곳으로 낙점됐다”고 귀띔했다. SK 구단 마케팅 관계자도 “필리핀 농구 열기가 대단해 보였다. 맨발로 농구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거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헨리 케린스 EASL CEO는 “세부가 농구 열정이 큰 곳이다. 프로팀이 없지만 프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다. 관심과 열정이 많은 곳이다. 그리고 세부 정부의 후원과 도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안양 정관장의 렌즈 아반도(왼쪽). /EASL 제공
안양 정관장의 렌즈 아반도(왼쪽). /EASL 제공

케린스 CEO는 리그의 양적, 질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리그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3억 원), 준우승 상금은 50만 달러로 거액이다. 케린스 CEO는 “추후 참가 팀을 늘리면서 많은 아이템들을 제공하는 걸 원한다”며 “챔피언스리그 콘셉트를 고려 중이다. 아시아에서 우리에게 장기적인 권리가 있기 때문에 급진적으로 가기보단 점진적으로 발전하길 원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EASL에서의 KBL 팀 선전은 국내 프로농구의 발전과 국제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구단 모기업들의 세계화에도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아시아 각국 취재진이 한데 모이기 때문에 구단 유니폼에 새겨진 모기업이나 후원사를 아시아 전역으로 알리기엔 절호의 기회다.

EASL 측은 추후 리그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연예인을 초청하고 방송사와 콘텐츠를 늘리면서 관중 수 증가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향후 양적, 질적 발전을 꾀하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처럼 EASL도 농구계 챔피언스리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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