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막말·실언 선거 때마다 표심 건드리는 변수로 작용
한동훈 "국민 눈높이 언행", 이재명 "말과 행동에 신중"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가까워지면서 정치권의 시계도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여야 후보자들에게 '입조심 주의보'가 내려졌다.

최근 일부 후보들의 발언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표심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각 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 지도부들은 입단속에 나서면서도 당사자들의 공천 취소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민심의 동향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총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먼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과거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대구 중·남구 후보인 도태우 변호사의 공천 유지를 결정하면서 진정성을 강조했다. 공관위원장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13일 SBS라디오에서 "5·18 정신에 대한 도 후보의 입장이 명확해졌고 사과의 진정성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앞서 3일 충남 서산·태안 후보인 성일종 의원이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언급해 논란이 되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후보나 예비후보들은 우리 당의 얼굴이다.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봉주 전 의원의 과거 '목발 경품' 발언이 논란이 되자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일성으로 입조심을 강조했다.

서울 강북을에 출마한 정 전 의원은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고 밝혔다.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는 "저를 비롯한 우리 민주당 모든 후보들과 당의 구성원들도 앞으로 더 한층 말과 행동에 신중을 가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상임 공동선대위원장도 "선거 때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며 "가능한 문제가 될 말에 대해 유념하고 상대방 말에 대해서도 귀담아 듣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여야가 후보자들에 대한 '입단속'을 강화하는 이유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철마다 막말, 말실수 논란은 막판 부동층 표심을 움직이면서 전세 판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막말' 사태, 민주당은 2021년 서울·부산시장 궐위로 치른 4·7 재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20대 유권자를 향한 "역사 경험치 낮다" 발언으로 총선 판세를 바꾼 바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일부 후보자들의 발언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자 당내 설화 경계령을 내리는 동시에 상대 당을 비판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성 의원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이토 히로부미를 뛰어난 인재로 칭송하는 국민의힘에는 친일 망언을 하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나"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정 전 의원의 과거 발언 논란을 두고 "경악스러운 말을 내뱉고 낄낄거리는 그 저질스러움에 기가 찰 노릇"이라며 "민주당이 부랴부랴 모든 후보에게 '언행 주의보'를 내렸다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늦장 대응일 뿐"이라고 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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