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차 파업 여파 미비
'유명무실' 금융권 파업 선례 되나
지난달 26일 대규모 집회를 연 국민은행 노조. /사진=국민은행 노조 제공

[한국스포츠경제=권혁기 기자] KB국민은행이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예정했던 2차 파업을 철회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20일 노사가 임단협(賃團協·임금과 단체협상) 관련 잠정합의서를 교환했기 때문이지만 ▲지난 8일 1차 파업의 여파가 미비했던 점 ▲고액 연봉직인 은행의 파업으로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는 점 ▲국민은행 파업으로 은행계 전체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파업철회 지시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비대면 금융거래, 즉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기술의 합성어로, 인터넷·모바일 공간에서 결제·송금·이체, 인터넷 전문 은행, 크라우드 펀딩, 디지털 화폐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기술 발전으로 대인(對人) 업무의 불필요성이 강조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이하 노조)는 20일 저녁 임단협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보고를 받은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2차 파업을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지부는 21일 오전 노조 집행위원회를 열고 2차 파업 계획 철회를 의결했다.

또 국민은행 노조와 사측은 20일 늦게 임단협 관련 잠정합의서를 교환했다.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경영성과급 기본급의 300% 지급 ▲일반직원 2.6%, 저임금직군 5.2% 등 평균 2.8% 임금 인상 ▲전 직원 페이밴드(직급별 호봉상한제) 도입 불가 및 신입행원 페이밴드 폐지 ▲점심시간 1시간 보장(컴퓨터 오프) ▲미지급 시간외수당 150% 지급 ▲피복비 100만원 지급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조정 ▲출퇴근 기록시스템 설치 ▲L0(창구직) 직군 근무경력 추가 인정 ▲기간제근로자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반면 국민은행 측은 ROE(자기자본이익률) 10% 기준 변경을 전제로 한 보로금(특별보너스)을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ROE의 연환산 기준 추정치는 10.68%다. 국민은행은 글로벌 100대 은행 평균 ROE가 10.29%인 점을 들어 10%를 제시했다. 또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조정에 대해서는 부점장은 현행보다 1년, 팀장 및 직원은 6개월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입 행원 페이밴드는 전 직급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이고, 피복비는 지급할 수 없으며 점심시간 이용 고객 불편을 막기 위해 별도의 휴게시간을 정해 1시간 동안 PC오프제를 해야한다고 맞섰다.

사측과 노조는 성과급 관련 통상임금의 150% 현금 지급, 100% 우리사주 무상지급, 50%를 미지급 시간외수당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협의 중이다.

성과급과 별개로 ▲전 직원 페이밴드(직급별 호봉상한제) 도입 불가 및 신입행원 페이밴드 폐지 ▲L0(창구직) 직군 근무경력 추가 인정 등에 대한 노사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노조 측은 페이밴드 도입과 관련해 새로운 급여 체계 도입 전까지 무기한 유보를 요구했고 허인 국민은행장은 이 부분에 있어 사실상 페이밴드 폐지를 의미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만큼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조 측은 페이밴드와 관련해 L0 경력 인정 문제와 관련해 TF(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새로운 급여체계 도입 전까지 신입사원의 페이밴드 적용을 유보하자고 했지만 사측은 이 부분이 '무기한'적이라는 판단에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노사 합의가 확정적이지는 않은 상황이고, 노조 역시 3, 4차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은행 파업으로 은행계 파업에 대한 새로운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한 금융 관계자는 "이번 KB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은 얻은 게 없다. 무노동 무임금(no work, no pay) 원칙에 따라 파업 자체가 직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파업 후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도 볼 수 없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놨다.

그만큼 핀테크 시대에서 창구 직원들의 자리가 유명무실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각종 신규업무 및 대출과 외환 등 업무가 불가능해 손실이 컸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대중들 불편 초래는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미 각 은행별 핀테크 앱을 출시하며 개인금융에 있어 은행 창구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이유다.

뿐만 아니라 이미 각 은행별 핀테크에 버금가는 앱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모든 은행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에서 이번 파업의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 신입 행원 초봉은 5500만원, KB국민은행이 4800만원이다. 국민은행 행원 평균연봉은 9200만원으로, 오히려 '귀족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객을 볼모로 파업을 진행한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더이상 파업이 노조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파업이란 협상에 있어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노조의 모든 패가 보여진 게 아니겠느냐"며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 진 셈이니 또다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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