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혁기 기자] #. 김모씨는 지난 3월 TV 홈쇼핑으로 암보험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전화를 걸어 계약과 관련된 내용을 듣고 음성으로 가입서를 작성했다. 승인까지 받았지만 보험료 입금 전 생각이 바뀌었다. 보험료가 납부되지 않았다면 철회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보험 가입을 취소하기로 했다.
영업부진과 저금리로 인해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보험사들이 판매 채널 중 계약 체결률이 낮고 청약철회 비율이 높은 홈쇼핑 판매를 여전히 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 홈쇼핑으로 체결되는 보험 계약건수가 100이었다면 최근에는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계약 체결률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1개 생명보험사들이 홈쇼핑으로 판매한 보험 신계약 중 15.43%는 계약 한달도 안 돼 취소됐다. 청약철회는 고객이 청약일로부터 30일 이전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제도다. 한달이 지났어도 보험증권 수령 후 15일 이내에 가능하다.
보험 가입 방법 중 텔레마케팅(TM)채널 청약철회비율은 홈쇼핑이 1위, 다이렉트 11.84%, 개인대리점 7.61%, 설계사 4.93%, 방카슈랑스 3.89% 순으로 나타났다.
홈쇼핑 채널과 판매자 사이에는 보통 벤더사가 낀다. 판매자들은 벤더사를 통해 홈쇼핑 채널과 계약을 맺게 되는데 정액제와 정률제, 이를 믹스한 형태로 나뉜다.
정액제는 일정 금액을 내고 홈쇼핑 '시간'을 사는 것이다. 일정 금액을 내고 해당 시간에 판매를 한다. 정률제는 판매금액을 홈쇼핑 채널과 판매자가 나눠 갖는 것인데 수익의 평균 40% 내외를 홈쇼핑 채널이 가져간다. 이 둘을 섞어 일정 금액을 내고 나머지는 판매금액을 나눠 갖기도 한다.
홈쇼핑 관계자는 "보험, 렌트카, 해외여행 등 단가가 크면서 차후 전화를 걸어 가입 또는 구매 의사를 밝히는 '해피콜' 상품은 정액제를 이용한다"며 "보험 판매의 경우 정확한 판매량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정액제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쇼핑은 시간대가 중요한데 토요일 오후 1시 등 황금시간대 매출은 평균 3억5000만원에서 4억원 정도"라며 "완판에 완판을 거듭하는 제품이 주로 방송되고 보험의 경우 좋은 시간대를 받기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보험사들은 홈쇼핑 채널을 통한 보험 판매에 청약철회율이 높은 상황이지만 과도한 사은품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달 6~11일 홈쇼핑과 온라인으로 판매된 보험상품의 사은품 제공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3만원 이상 또는 연간 보험료의 10%를 초과해 제공한 업체는 삼성화재, 신한생명, AIA생명, 메리츠화재, DB손보 등 5곳이다.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들은 3만원 또는 연간 납입보험료의 10%를 금품으로 제공하다 적발되면 5000만원 이하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판매량이 저조하고 철회율이 높아도 고가의 사은품을 챙겨주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라도 고객을 확보해야만 할 정도로 보험사들이 힘들다는 방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등 TM채널에 청약철회 비율이 높은 것은 대면 계약과 달리 설명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거나 들었던 것과 달리 문서로 확인하면서 고객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래도 사은품을 챙겨주면서까지 계약에 목을 매는 것은 그만큼 업계가 과당경쟁 중이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khk02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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