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배임과 불완전판매 여부 두고 입장차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금융감독원 분조위의 키코 배상비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은행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결정한 키코(KIKO) 배상 비율 수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달리 불완전판매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분조위는 지난 13일 키코와 관련해 신한·우리·KDB산업·KEB하나·대구·씨티은행 등 6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이들 은행이 피해 기업 4곳에 피해금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 총 255억원이다.

그러나 대다수 은행은 경영진과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당장 수용의사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일단 분조위 조정안을 면밀히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 배임·불완전판매 두고 갑론을박

은행들은 키코는 개인이 아닌 기업 재무담당자가 가입한 상품으로 자금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DLF 사태와는 결이 다른 사건이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손실 돌입 이후로도 가입을 요구하는 기업이 상당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통화옵션 상품에 가입해 손실을 입은 기업들에 대한 배상도 해야 하냐고 성토했다.

은행들은 배임 부문 역시 조정안 수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사회가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해도 향후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배상 비율을 권고받은 은행들이 분조위의 결정을 무조건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하자 키코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반박에 나섰다.

조붕구 공대위원장은 금감원의 입장을 토대로 은행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금감원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은행이 금융당국보다 우위에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표명했다.

조 위원장은 “기업 재무담당자가 상품의 내용을 잘 모르고 가입한 경우가 상당수”였다며 “당시 외환파생상품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된 시기기 때문에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고, 수출 중소기업은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데 키코 같은 상품을 소개한 것은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또 금감원이 1년 반 동안 은행의 입장을 듣고 배상 비율을 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용을 안 하는 은행은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키코 배상비율, DLF와 다른 이유

금감원이 정한 배상비율은 ‘은행협의체’에도 반영될 공산이 크다. 지난 15일 금감원은 4개 기업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나머지 피해 기업에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키코 배상비율은 DLF와 달리 결정됐다. 키코는 피해대상이 기업이었지만 파생결합펀드는 개인이라는 점이 달라서다.

분조위는 키코 피해 기업에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지만, 파생결합펀드 피해 고객 6명에게는 40~80%의 배상비율을 책정했다.

두 사례 모두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불완전판매 배상비율 30%가 기본으로 적용된 점은 같았다. 그러나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과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책임’에 키코는 해당하지 않았다.

향후 은행협의체를 통한 자율조정 대상 기업은 147곳으로 키코 계약 당시 실제 수출금액보다 과도한 규모의 계약을 체결(오버헤지)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에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모두 11곳이다.

금융당국은 향후 11개 은행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고 자율조정 문제를 지도·감독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추정한 은행들의 배상액은 2000억원 초반대다.

조붕구 공대위원장은 “은행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금감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고 수사받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여러 사안으로 인해 당장 수용의사를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부적인 의사결정 절차와 법률적인 부분을 검토한 후 판단할 부분”이라고 했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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