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반도체·바이오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추가
사회적 가치 실현 위해 기업 정관 바꾸고, 위기 속 지원도 앞장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9월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 Night(SK의 밤)'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 제공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그간 수차례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와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위기 극복 솔루션으로 작용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8일 SK그룹 창립 67주년을 맞아 최태원 회장은 “선대 회장들이 몸소 보여준 위기극복의 정신과 저력을 계승하자”며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더 큰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강조한 건 역시 딥체인지였다. 딥체인지는 지난 2015년 SK 정기주주총회 때 최 회장이 그룹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며 내세운 경영철학이다.

▲'딥체인지' 경영, 그룹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통한 새로운 가치창출

최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창립 67주년 ‘메모리얼 데이’ 추모행사를 화상으로 진행하면서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은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창업으로 돌파했고, 두 차례의 석유파동, IMF 등 전례 없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나라를 먼저 생각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며 SK의 위기 극복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최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만큼 우리가 오래전부터 일에 대한 생각과 사업을 하는 방식을 바꾸는 딥체인지를 준비한 이유”라며 “선대 회장 두 분의 열정과 패기를 이어받고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무장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1953년 선경직물으로 시작한 SK는 현재 제계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SK는 자산이 34조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 218조원까지 늘어나며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SK 성장에는 최 회장의 결단이 주요했는데, IMF 외환위기 당시 취임한 그는 위기 속 기회가 있다고 강조하며 딥체인지를 통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과감한 배팅으로 현재의 SK를 만들었다.

최 회장 취임 당시 SK의 주력 사업은 석유화학(SK이노베이션)과 정보통신분야(SK텔레콤)가 전부였다. 그러나 현재 SK는 기존 사업에 반도체, 바이오 등의 포트폴리오를 추가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용인을 결정했다. 이천 본사 M14 /SK하이닉스 제공

실제 SK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기존 사업의 경우 대외적 환경에 크게 흔들리거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신사업을 추가하며 성장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친인 최 선대회장이 반도체 기업을 꿈꾸며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지만 고배를 마시며 이루지 못한 부친의 꿈도 이루게 됐다.

인수 당시 하이닉스는 2011년 4분기 167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2위 기업으로서 큰 메리트가 없어 인수에 반대하는 의견이 높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직접 반도체의 역사, 세계적 기술 동향 등 반도체를 공부하면서 인수 의지를 다졌다. 이렇게 최 회장은 적자에 시달리던 반도체 기업을 인수해 지금은 그룹 내 영업이익의 80%를 담당하는 주요 기업으로 만들었다.

▲최태원 회장의 결단…SK하이닉스에 역대 최대 4조원 투자 

이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한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도 뒤따랐다. 인수 이후 역대 최고 규모인 4조원이 넘는 금액을 SK하이닉스에 투자해 1년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 현재까지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한미일 연합인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에서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 인수자로 참여한 SK하이닉스는 투자금액만 3950억엔(약 4조원)을 집행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 투자로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의 사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SK그룹은 미래 먹거리 사업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 분야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신약 승인을 받았다. 국내 기업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허가신청(NDA·New Drug Application)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바이오와 제약 부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인공지능(AI) 신약개발사인 스탠다임에 약 100억원을 투자했을 뿐 아니라 올해는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최 회장은 SK그룹의 성장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배팅을 진행하는 등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딥체인지와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18일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MS 개정선포식에 참석해 SKMS 14차 개정 취지와 핵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SK 제공

▲그룹 이해관계자 범위를 고객과 주주에 이어 사회로 확대

사회적 가치 향상을 위해서 지난 3월 최 회장은 기업 정관을 개정해 그룹 고유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반영했다. 정관은 법인의 조직·활동을 정한 근본규칙으로, SK는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꾸며 종전 이해관계자 범위인 고객·주주·사회에 비즈니스 파트너를 정관에 포함시켜 범위를 확장했다.

또한 사회적 가치의 일환인 사회적 기여를 위해 코로나19 여파가 한국을 강타하자 SK그룹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와 피해 지원을 위해 50억원과 4억원 상당의 현물을 지원키로 결정한 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한편 최 회장은 코로나19 여파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열린 ‘경영현안 점검회의’에서 “시장의 어려움이 가속화되는 만큼, 각 사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R&C(Resource & Capability; 자원과 역량) 확보는 물론 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얻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수 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DNA가 있는 만큼 희망과 패기를 갖고 맞선다면 오늘의 시련은 또다른 성장과 성숙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구성원을 격려했다.

김창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