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심기’는 양파를 기를 때 매우 중요하다.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파종하고 10월 중순이 되면 ‘옮겨심기’를 거쳐 재배할 곳에 ‘아주심기’를 한다. '아주심기'는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다. 양파는 5월 말 이후 수확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한다. 차가운 칼바람과 무겁게 쌓이는 눈에도 모종이 버틸 수 있도록 말이다.시골 동네가 싫었던 한 소녀가 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 자신의 삶을 ‘아주심기&
영화 소재에 끌려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억지스러운 이야기에 실망했다. ‘염력’과 ‘다운사이징’이 딱 그렇다. 물리력이 아닌 정신력으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인 ‘염력’이라는 소재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다운사이징’도 마찬가지다. 몸이 작아지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설정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수 있을까.영화를 구성하는 요소 중 껍데기에 해당하는 소재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당긴다. 그러나 상영관을 나서는 이들을 즐겁게 만
햇빛은 소중하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18개월을 지내면서 느꼈다. 평소 볕이 내리쬐는 날이 거의 없다. 비가 안 오는 날보다 오는 날이 더 많다. 어쩌다 비와 구름 없는 날이면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책을 읽는다. 오랜만에 찾아온 하늘이 내려준 여우볕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아일랜드 사람들에게는 비 오는 날이 평상시이고, 해가 보이는 날은 기분 좋은 날이다. 아일랜드 감독 에이슬링 월쉬는 이러한 정서를 시나리오 바탕에 깔았다. 영화 ‘내 사랑(원제 Maudie)’은 캐나다 국민화가 ‘모드&rsquo
"당신 인생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겠습니까?”6개월 간 500명에게 물었다. 양로원, 노인들이 많은 거리, 회사 밀집 지역, 대학 캠퍼스 등 다양하게 찾아다녔다. 그러다 만난 한 할머니는 어린 시절, 오빠 앞에서 춤을 췄던 기억을 선택했다. 춤을 보여달라고 말하자 “기억이 잘 안 나는 데요”라면서 수줍게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색하지 않게 매일 그 춤을 췄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모든 동작을 기억해냈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할머니는 더 많은 기억을 끄집어냈다.
"시대를 반영한 영화"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국내 영화계에서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작품은 더 그렇다. 간첩과 육군 대위의 사랑을 그린 ‘운명의 손’(1953), 6.25 전쟁 이후 사회 빈곤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오발탄’(1961) 등 90년대 이전에 개봉한 영화들은 북한을 그저 악으로만 표현했다. 전쟁 피해로 여전히 어렵던 시절, 국가가 반공교육을 하던 시기였다. 90년대 들어서 획기적인 영화 한 편이 등장한다. ‘쉬리’(1999)는 충격
아침에 눈을 떴다. 평소라면 이미 출근을 했을 아버지가 TV를 보고 계신다. 이상했지만 묻지 않았다. 학교를 갔다 왔지만 여전히 그 자리셨다. 그날 이후에도 한동안 밖을 나가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직장을 잃었다고 했다. 수많은 아버지가 실업자가 된 때가 있다. 90년대 후반 IMF 구제 금융 사태는 우리 가정을 생계 위기 속에 몰아넣었다. 나라가 외환이 부족해 다른 나라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태였다. 1998년 한 해 동안 다섯 개 시중 은행을 비롯해 6만 8,000개의 회사가 사라졌다. 1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숙자
"나는 나의 그림을 꿈꿨다. 그러자 나의 꿈을 그리게 되었다"(I dream my painting and then I paint my dream)미술관에 가면 앉을 곳을 찾는다. 좋아하는 그림을 한참 동안 보기 위해서다. 좋은 그림은 오래 보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그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움직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림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내 마음에 담고 싶은 그림들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더불어 그림을 그린 화가도 사랑받으며 유명해진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렇다.(이하 빈센트, 동생 테오 반 고흐과 구분하기 위해)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제목에 놀랄 필요 없다. 영화가 끝나면 당신도 누군가의 췌장을 먹고 싶어 질 테니까. 아마도 우리 엄마는 내 췌장을 먹고 싶을 거다. 나는 가족들뿐만 아니라 친구들 췌장까지도 먹고 싶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야기를 모른다면 '이게 무슨 소름 끼치는 얘기야'하고 끔찍해하겠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킥킥거리며 이해할 수 있다.영화는 원작이 있다. 2015년 발매된 스미노 요루의 동명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200만 부 넘는 판매고를 올리
짧은 생애를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 전설적 예술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이 개봉했다. '아이 앰 히스 레저' 그리고 '김광석'이다. 한 영화는 한 인간의 내면을 다루고 있고, 한 영화는 한 인간을 둘러싼 외면을 다룬다.“히스 레저 알아? 걔있잖아. 영화 ‘다크 나이트’ 조커”배우 히스 레저(본명 히스클리프 앤드류 레저, Heathcliff Andrew Ledger)가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중 두 번째
눈이 마주친다. 말을 섞었다. 느낌이 좋다. 찰나의 감정이 일상을 비집고 들어온 순간부터 그의 작은 몸짓이 신경쓰인다. 얼굴을 보니 떨린다. 더 많은 시간 함께 하고 싶다. 누군가는 이게 사랑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 정도는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의견이 달라지는 이유는 사람마다 사랑을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이다. 단 한순간도 사랑을 멈춘 적 없는 인류는 무엇이 사랑인지 아직도 결론 내리지 못했다. "세 사람 사이에 얽힌 감정은 사랑일까"택기(양익준)는 뚱뚱하고 얼굴도 별로다. 등단 시인이지만 경제적 능력은 커
영화 ‘덩케르크’와 ‘택시운전사’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자국민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건을 영화화했다. 익숙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경우 각색과 연출에 상당히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박수받아 마땅하다. 둘 다 상영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니까. 영화 ‘덩케르크’ 줄거리1940년 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을 비롯한 연합군 약 33만 명이 프랑스 덩케르크에 고립된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영국 어선을 포함한 크고 작은 민간
카페를 운영하시는 어머니께서 예상치 못한 손님의 불만에 당황하신 적이 있다. 폭염으로 한 걸음에 한 방울씩 땀이 맺히는 상황에는 시원한 생과일 음료가 인기가 많다. 어머니는 좋은 음료 맛이 과일의 신선도에서 나온다며 소량만구입한 뒤 자주 재구입하는 방식을 유지하신다. 그러던 어느 날 생과일 음료를 주문한 대학생 손님이 맛이 이상하다며 되돌아왔다.“맛이 너무 밋밋한데, 물 탄 거 아니에요?”어머니는 친절하게 과일을 직접 보여주시며 "과즙만 들어있다. 물은 한 방울도 넣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따지는 손
"이상과 현실 차이를 느낀 사례를 쓰시오"한 기업의 자기소개서 질문이다. 기업이 노동력을 위해 사람을 뽑는데 저 질문을 왜 하는 것일까. 이상이나 현실을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을 바라는 걸까. 노동력을 발휘하는데 이상과 현실을 고민하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까. 이 질문을 한 기업은 국내 손꼽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현재 소속 아티스트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어려움을 겪고 있다.위 질문은 이상과 현실을 구분한 것부터 첫 매듭을 잘못 지은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이상'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완전한 상태
“원더우먼이 슈퍼맨을 이길 수 있느냐”미국 코믹북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에서 주인공을 맟은 "갤 가돗‟은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은 캐릭터 능력에 대한 질문일 수 있고, 영화 흥행에 관한 질문으로 읽힐 수도 있다.2010 년대 개봉한 DC 코믹스 영화는 마블 영화와 끊임없이 비교되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개연성 약한 스토리 위에 영상미와 액션만을 강조했고, 일부 팬들은 에서 배트맨 캐릭터가 기존과 너무 다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적과 싸우더라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차별이 뭔지 고민한 적이 있다. 약한 사람을 무례하게 대하는 것?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비하하는 것? 이미 두 문장만으로 차별을 저질렀다. 누군가를 나보다 약하다고 열등하다고 정의한 것. 차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영화 은 이런 방식의 인종차별로 관객들을 불편하게 한다. 도로에 사슴이 튀어나와 교통사고가 난다. 운전은 백인이 했지만 경찰은 조수석에 앉아있던 흑인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만약 조수석에 앉아있던 사람이 백인이었다면 불편하지 않았을까? 흑인이 백인 여자친구의 부모와 처음
"언더커버 장르의 영화"‘언더커버 장르’는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홍콩 액션 영화 '무간도'가 원조로 알려져 있다. 홍콩 누아르 영화를 부활시킨 작품이다. 할리우드에서 마틴 스콜세지가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로 2007 년 제 79 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그 이후 비슷한 시놉시스의 영화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영화 팬들은 건달과 경찰을 다루고 스파이로 어느 쪽에 잠입한 이야기는 모두 '무간도'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49회에서 최희 아나운서가 토익, 학점 등 취업 스펙을 위해 청년들이 연애를 힘들어 한다고 하자, 김구라는 그말이 전쟁통에도 출산을 한조상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농담이었지만, 역사적으로 인간이 사랑을 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던가 . 이 영화가 많은이에게 인생 영화로 불리는 이유는 아마 후반부에 느껴지는 귀도의 부성애와 그가 지켜낸 아들 조슈아의 동심 때문일 것이다. 아들 조슈아를 안심시키기위해 수용소에 끌려온것을 생일 이벤트라 말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을 게임 혹은 놀이로 보이게
“목격자가 살인자가 됐다.”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현우(강하늘)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누명을 쓰고 10 년의 수감생활을 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과 흩어지고 빚마저 쌓인 고졸 출신 변호사 준영(정우)은 현우의 사건을 듣는다. 그는 이 사건이 명예를 얻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현우를 돕기 시작한다. 현우와 만난 준영은 사건을 실체를 알게 되고 정의감이 되살아난다. 영화 '재심'은 2000년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일명 약촌
조엘(짐 케리)은 연인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과 심하게 다퉜다. 뒤늦게 찾아가 사과하려 했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반복되는 다툼과 좁혀지지 않는 갈등에 지친 클레멘타인은 잊고 싶은 기억만을 지워주는 ‘라쿠나’라는 회사의 서비스를 받은 것이다. 그녀가 자신에 대한 추억을 모두 삭제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조엘 또한 기억을 지우려 한다.'이터널 선샤인'의 원제는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다. 알렉산더 포프의 시 &lsqu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전 세계에 12 개 지역에 길이 450m 의문의 쉘들이 날아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가 의문의 신호를 보낸다.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와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은 그들의 신호를 해석하고자 한다.영화 '컨택트'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선보이는 첫 SF 영화다. 제 22 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SF 작품상과 각색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제 74 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2 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며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미국 영화 정보 사이트 로튼토마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