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금융권에 욜로(YOLO)와 짠테크라는 양분된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즐기라(You Only Live Once)’는 뜻을 담은 욜로 바람은 1인 가구의 급증에 힘입어 금융권의 마케팅, 상품 전반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융권에서의 ‘욜로’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만 보면서 돈을 펑펑 쓰고 즐기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에게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이에 따라 취미에 투자하거나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욜로 트렌드를 전반적으로 주도하는 계층은 단연 1인 가구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2016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수’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비중은 34.97%였다. 2인 가구, 4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보편적 형태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가 해마다 늘고 있고 소비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커지면서 금융권에서도 부랴부랴 이들을 모시느라 분주해졌다.

사진=KB금융그룹

 

KB금융그룹이 지난 3월 1인 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KB 일코노미 청춘 패키지’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일코노미는 1인(일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로 인해 생기는 경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 패키지는 KB금융그룹의 5개 핵심 계열사의 총 6가지 상품으로 구성됐다. 예·적금, 대출, 보험, 투자 상품까지 1인 가구에 특화됐으며 고객의 소비·건강·주거안정부터 저축·투자까지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적금에 가입하면 여행 및 주말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민카드로 결제시 편의점 적립에 높은 가중치를 두는 식이다. KB금융지주는 KB경영연구소 내 ‘1인 가구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1인 가구 보고서도 내놓으며 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씨크릿 적금’, 신한은행의 ‘헬스플러스 적금’도 비슷한 맥락이다. 두 상품의 경우에는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욜로족의 성향을 그대로 담았다는 평가다.

‘씨크릿 적금’은 체중 감량, 금연, 토익 점수 향상 등 본인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우대금리를 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뷰티숍·문화센터 같은 힐링과 관련된 증빙 영수증을 제시해도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신한은행은 자기관리에 누구보다 주력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내’가 중요한 2030 사회 트렌드와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헬스플러스 적금’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건강 마일리지 목표를 달성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헬스플러스 적금’은 출시된 지 5개월 만에 10만 계좌가 팔려나간 히트 상품이다. 16일 기준 31만2,000좌가 유치됐고, 취급액은 5,620억원에 이른다.

욜로족의 선두에 서 있는 1인 가구 성장세가 이어지는 이상, 은행들은 좀 더 이들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시해야 눈에 띌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초까지 유통업계에서 욜로족, 포미족을 위한 상품을 낼 때만 해도 금융권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욜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1인 가구는 점점 많아지고 실제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들이 타 상품들에 비해 2~3배 수준으로 잘 팔리고 있는 것을 볼 때 점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서비스 출시가 치열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를 얹어도 고객이 실제로 가져가는 금리가 비슷한 상황에서 이제는 취미나 여가생활, 여행, 맛집 등과 같이 특화된 내용이 있어야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