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감원 개입 후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3연임 포기에 '관치 금융' 논란
신한은행도 위증교사 의혹
'채용비리' 이광구 前 우리은행장, 2017년 연임 결정됐지만 스스로 사임의사 밝혀
함영주(왼쪽) KEB하나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함영주(63) KEB하나은행장이 3연임을 포기하면서 금융권 '법률리스크'에 걸린 은행장 전원이 연임에 실패했다. '남산 3억원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의 위성호 신한은행장, ’신입은행 채용비리‘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까지 연임에 미끄러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에서 지성규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초대 행장이자 3연임이 유력했던 함영주 행장은 후보에서 제외됐다.

함 행장은 임추위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함 행장이 3연임을 '포기'한 이유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개입'을 꼽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은행장 후보군을 선정 중인 하나금융 임추위 사외이사 3명을 따로 만나 면담했고, 함 행장 연임과 관련해 "경영진의 법률리스크가 은행의 경영안정성 및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금융사 경영을 견제하는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해명했다.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함 행장이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CEO 공백이 우려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는 '관치 금융'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 금감원 vs 하나금융

금감원이 하나금융그룹 CEO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 김정태 현 하나금융그룹 회장 3연임 추천 과정에 개입했다. 금감원은 당시에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사외이사진을 만나 하나금융 지배구조 검사 등을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김 회장이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의혹과 채용 비리 의혹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회추위는 김정태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자 금감원은 공개적으로 하나금융그룹에 경고하기도 했다.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하나금융 회장 후보가 결정나면 적격성 검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김정태 회장 이전 CEO인 김승유 회장 '라인'으로 불렸으며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들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부각됐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진선미, 제윤경, 김해영 국회의원들이 이진용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초대해 '하나금융 사례로 본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여권의 지지를 받는다는 시선이 많았다.

이에 하나금융 이사회는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과거의 관치 금융이 살아난다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채용비리'에 연루되면서 역대 금감원장 최단 기간 사임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 전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이던 2013년 대학 동기 아들을 하나은행에 채용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이 커지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최 전 원장은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 뿐 채용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면서도 금감원 수장으로서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취임 6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함 행장과 관련해서는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지배구조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 제기는 관치 문제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기본 소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남산 3억원' 논란 신한은행, '채용비리' 우리은행 연임 실패

하나은행과 함께 위성호(61) 현 행장의 연임이 점쳐졌던 신한은행 차기 행장에는 '고졸 신화' 진옥동(58) 내정자가 발탁됐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는 이례적으로 위 현 행장 임기가 3개월 이상 남은 시점인 지난해 12월 21일 진옥동 행장 내정자를 공식 발표했다. 104년 만의 서울시금고 쟁취와 역대 최고 실적에도 불구하고 행장을 교체한 것이다.

위 행장은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로부터 지난 2008년 이상득 전 의원 측에 3억원을 건넸다는 일명 '남산 3억원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에 휘말려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진옥동 차기 행장 발표 후 처음 언론과 만난 위 행장은 "신한은 5개 주요 자회사의 CEO들을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그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남산 3억원'에 대해서는 "과거사위 관련 위증문제는 제가 은행장 선임될 때 지주 자경위와 은행 임추위에서 법적 검토를 오랜시간 충분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문제가 이번 퇴출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금감원은 지금의 하나은행 임추위 관여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금감원은 신한금융지주의 CEO교체 통보에 대해 "민간 은행 인사관련 정보는 알려 올 경우 확인하는 정도일 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광구(가운데) 전 우리은행장. /사진=연합뉴스

2017년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62) 전 우리은행장도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비리와 관련해 사임의사를 밝히며 스스로 물러났다.

이 전 행장은 지난 1월 10일 채용비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전 행장은 고위 공직자, 주요 고객 자녀 또는 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국민·KEB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 수사로 전·현직 은행장 4명을 포함해 총 38명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스경제에 "금감원에서 말한 '법률리스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무죄추정의 원칙도 있지 않느냐"며 "의혹을 받고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CEO 인선에 개입하는 것은 지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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