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제공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이변은 없었다.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과의 경영권 분쟁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총은 조 회장 측과 ‘3자 주주연합’ 측이 위임장 재확인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지연돼 당초 예정된 오전 9시에서 3시간이 늦어진 오후 12시 5분에야 시작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자리에 참석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대독을 통해 “지난해 한진칼은 미중무역 분쟁,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영업수익 651억원과 영업이익 486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의미가 있던 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위기를 기회로 만든 한진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수익성과 내실 강화, 주주가치 제고 등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총의 최대 관심사였던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56.67%로 원안대로 통과됐다. 반면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한 김신배, 배경태 사내이사 선임건은 모두 부결됐다.

앞서 이번 주총의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은 전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결정을 내려 조원태 회장의 승리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됐다.

더불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은 모두 통과됐지만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한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찬성 47.24%, 반대 52.42%, 기권 0.33%로 부결되는 등 3자 연합 측 사외이사 후보 4명의 선임 안건은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이번 주총의 출석 주주와 주식 수는 한진칼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가진 주식 총수 5727만6944주로 주주총회 출석 주주는 총 3619명(위임장 제출 포함), 주식 수 4864만5640주로 집계됐다.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84.93%다.

한진칼은 27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한진그룹 제공

이날 오전 개최된 대한항공의 주총 결과도 ‘조원태 체제’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방식을 특별 결의에서 보통 결의로 바꾸는 정관 변경의 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대한항공의 지분 11.09%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전날 이사 선임 방식 변경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반대'했지만 대한항공 이사회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정관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을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했다. 이 정관 때문에 지난해 3월 고 조양호 회장은 주총에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의안 표결에서 찬성 64.09%, 반대 35.91%로 지분 2.6%의 벽을 넘지 못해 사내이사 자격을 잃었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해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에 총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주총에서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또 정갑영·조명현·박현주 사외이사 선임의 건, 박현주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가결했다.

한편 한진칼 주총장 앞에선 ‘한진칼 주총 기업지배구조 개선 안건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공공운수노조·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국민연금지부·대한항공 직원 연대지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참여연대의 주최로 진행됐다.

이들은 “이번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이사 연임이나, 연임 실패 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여부는 중요한 논점이 아니라, 양측이 함께 내세운 한진칼 지배구조 쇄신 관련 정관 변경들의 통과가 급선무”라며 “조원태 회장의 연임은 부결되어야 하며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이후 한진칼 경영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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