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배출량, 코로나19 이후 첫 감소세..."이대로라면 파리협약 달성도 어려워"
韓 배출량, 2018년比 10% 감소..."이행연도 후반, 급격한 감축부담 발생"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세를 그리는 반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세를 그리는 반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한국과 미국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축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지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 美, 전년比 1.9%p 감소..."NDC 달성 위해 국가 발전 속도 3배↑"

지난해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2년보다 1.9%p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감소세다. 그럼에도 NDC 달성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연구기관 로듐 그룹(Rhodium Group)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미국 경제가 성장한 반면 배출량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감소를 이끈 대표적인 요인은 화석연료 가운데 석탄 사용의 지속적인 감소다. 지난해 석탄 생산은 전력의 17%를 차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력과 건물 부문의 배출량이 각각 8%, 4% 줄어들었다. 

아울러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따듯한 겨울 날씨 역시 배출량 감소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온화한 겨울 날씨로 연료 수요가 줄어들면서 건물에서 배출되는 양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교통 부문의 배출량은 2022년 대비 1.6%p 증가했다. 미국 내 배출량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교통 부문의 경우 팬데믹 이후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비행기 연료 소비가 반등해서다. 그밖에 산업 부문도 1%p가량 증가했다. 

로듐 그룹 분석가들은 "2022년 대비 감소세는 탈탄소화에 대해 완만하면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미국의 배출량은 2005년 수준보다 17.5% 낮았다.

다만 미국 NDC인 '2030년까지 2005년보다 배출량 50% 감축'이라는 미국 NDC 달성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국가 발전 속도를 3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 기후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을 통해 탈탄소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법안들이 탄소중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는 알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영향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 기한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주요 정책 추진이 없다면 협약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경고했다. 

한국 탄소중립 기본계획 및 2021년 NDC 상향안의 감축경로 비교. / 플랜1.5 보고서.
한국 탄소중립 기본계획 및 2021년 NDC 상향안의 감축경로 비교. / 플랜1.5 보고서.

◆ 韓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세 지속...NDC 달성은 '빨간불'

한국 역시 최근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직전년도 보다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NDC(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 달성에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따르면 2022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5450만톤(t)으로 집계, 지난 2021년(6억7810만t) 대비 3.5% 줄어들었다. 2018년(7억2700만t)에 비해 10%(7250만t) 줄어든 규모다.

감소세 주요 원인으로 원전·신재생 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의 확대와 석탄 발전 감소등을 꼽았다. 이로 인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전환 부문에서 4.3%가 줄어들었다. 발전량 비중은 원전이 27.4%에서 29.6%, 신재생이 7.5%에서 8.9%로 확대됐다. 반면 석탄은 34.3%에서 32.5%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1년 전보다 3%p 증가했다.

산업 부문의 배출량도 전년 대비 6.2%p 줄어들었다.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철강과 석유화학 부문의 생산량이 감소해서다. 철강 생산량은 2021년 7041만9000t에서 6584만6000t, 석유화학은 3437만7000t에서 3269만7000t으로 각각 줄었다.

그러나 탄녹위는 2018년 이후 꾸준한 감소세에도 NDC 달성을 위해 전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산업 부문에서 감소는 저탄소 전환이 성공했다기 보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에 산업 부문 배출량 관리의 중요 수단인 배출권 거래제를 NDC 조정과 국제 흐름 등 새로운 여건에 맞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분야 R&D 투자, 실증·보급·확산, 기술·설비 개발을 위해 R&D 예비타당성조사의 간소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차 보급 가속화 △노후건물 에너지효율 개선 △에너지 수요관리를 위한 전기요금 합리화 등도 주요 당면과제로 꼽았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은 NDC 조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보면, 2027년까지 감축량이 1800만t을 넘지 않았다. 현 정부 이후부터는 감축 목표치가 급격히 증가한다. 2028년 2440만t을 시작으로, 2029년은 3110만t, 2030년에는 무려 9290만t씩 감축해야 한다. 감축 목표의 75%가량이 현 정부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산업 부문 감축 목표도 3.1%p가량 낮췄다. 

점진적인 감축을 권고, 실천하고 있는 글로벌 추세와 다르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는 10일 발표한 보고서 '1.5도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 "2030 NDC가 5만3600만톤에서 4만3660만톤으로 1억톤가량 상향된 점을 고려할 때, 그에 맞춰 꾸준히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행연도 후반에 급격히 감축부담이 발생하게 되면서 국가 감축목표의 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NDC 달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배출허용총량을 빠르게 축소하고, 연도별 배출허용총량 역시 선형으로 축소해 나가면서 배출권거래제의 감축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도별 배출허용량을 선형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연도별 배출허용량의 선형감축률은 4.8%가 되고, 이행연도 후반에 감축부담이 집중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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