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팀’ 되지 못한 클린스만호
동아시아 위협하는 중동 축구
7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7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대한민국 축구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출전 역사상 최강의 이름값을 자랑하던 클린스만호의 도전이 4강에서 허무하게 끝났다. 축구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축구대표팀의 느슨한 조직력을 대회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7일(이하 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역대 최다인 6회 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빛나는 성적을 올렸지만 유독 아시안컵에서는 고전했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2회(1956·1960년) 우승을 했지만, 참가국이 4개국에 불과했던 시절이었다. 이후엔 준우승 4회(1972·1980·1988·2015년), 3위 4회(1964·2000·2007·2011년)를 기록했다.

◆’원팀’ 되지 못한 클린스만호

김대길 KBS 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은 7일 본지에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가 아시안컵을 통해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고 봐야 한다. 게임 체인저들이 있었기에 4강까지 올라왔지만, 6경기 치르는 동안 10실점을 하며 조직적인 문제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김대길 위원은 요르단전 완패와 관련해선 “16강전, 8강전에서 쏟았던 체력적 부담이 요르단전에 밀려왔다. 전반전에 공격적 수비 형태를 할 수 없는 보수적인 전술 운용을 했다. 전력상 앞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전술을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또 “바레인전도 이강인이 아니었으면 해결될 수 없었다. 6경기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클린스만 감독의 준비 과정 자체가 어땠는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조직화하지 못한 건 결국 수비 문제다. 미들이나 전방 공격들이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어서 수비를 안정시키겠다는 식으로 시간을 두고 진화해 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들이 아시안컵에서 나타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대표팀은 공격과 수비에서 월드클래스인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 등이 포진해 역대 최강 스쿼드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정작 실속은 없었다. 4강전까지의 여정조차 굉장히 험난했다. E조 2위(1승 2무)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차전에서 바레인에 3-1로 이겼지만, 요르단과 2차전에서 2-2로 비겼고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서도 3-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까지 치러 간신히 승리했고 호주와 8강전은 연장전 끝에 가까스로 2-1 승리를 올렸다. 조별리그에서 비겼던 요르단을 다시 만난 한국은 끝내 완패당했다.

박주호 tvN 축구 해설위원도 “조별리그와 16강전, 8강전 등 올라오면서 선수 개인으로서 좋은 슈팅이나 움직임은 많았지만, 팀 측면에서 자주 하는 플레이라든지 강점 등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상대는 손흥민, 이강인 등만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 했다. 팀 자체로 보면 아쉬운 아시안컵이었다”고 총평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연합뉴스

◆동아시아 위협하는 중동 축구

대표팀은 요르단(7개)을 상대로 유효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공격에서의 움직임도 답답했지만, 수비 역시 크게 불안했다. 단순 전술이나 체력적 문제도 있었지만, 부상 관리와 경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데에서 파생된 문제이기도 했다.

주전 골키퍼 김승규가 지난달 18일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쳐 전방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 중도 하차했다. 김민재는 경고 누적으로 요르단전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수비 핵심 전력들이 이탈하고 그러면서 중원과 공격까지 전반적인 팀 전술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매 경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체력적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4강전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초반 30분 동안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실점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아쉬운 마음이 너무 크다. 요르단은 상당히 좋은 경기력을 보였고 (승리)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대회 결과를 책임질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감독으로서 이렇게 원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더 많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회의 모든 경기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퇴가 아닌 보완과 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김대길 위원은 “중동 팀들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점점 강세를 보인다. 아시아 축구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 해석도 나쁜 해석은 아닐 것이다”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일본도 탈락해 일찍 귀국했고, 우리도 안타까운 결과로 귀국하게 됐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 축구의 실력이 평준화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동아시아 팀들이 중동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배웠다"고 돌아봤다.

클린스만 감독 등 코치진과 국내파 선수들로 이뤄진 본진은 8일 오후 늦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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