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월세신고제 국회 통과… '임대차 3법' 세상으로
정치권 설왕설래… "전세 제도 소멸의 길로" vs "쉽게 소멸되지 않아"
전문가 "비율 줄긴 해도 전세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전세가 사라진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임대차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을 일컫는 이른바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서 전세 제도가 소멸될 위기에 처해서다. 정치권에서 연일 각론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임대차 3법이 과연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6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전월세신고제는 전월세 거래 시 30일 내에 임대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임대료·임대기간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내용이 주 골자다. 전월세신고와 함께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면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이후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전월세신고를 한 것으로 처리된다.

이로써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의결·공포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와 더불어 전월세신고제까지 임대차 3법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앞으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기본 2년에 추가 2년을 더해 총 4년 계약을 할 수 있으며 임대인은 계약 갱신 시 임대료를 기존 금액의 5% 넘게 증액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내용은 내년 6월부터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게 된다.

전세 시장은 그야말로 ‘혼돈’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 임대차 3법 도입 소식에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가구도 늘어났다. 그 사이 매물이 줄었고, 얼마 없는 매물은 호가가 뛰면서 전세 시장이 조금씩 얼어붙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도입 전후로 꾸준히 ‘공급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은 “다주택자나 임대인의 임대 주택 공급이 안되면서 임차인들의 거주지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곧 전세 제도가 완전히 소멸될 것”이라며 ‘전세 대란’을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정치권에서 여야가 이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이 통과된 뒤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연설이 도화선이 됐다.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임대차법 표결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전세 제도는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다.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 임대인은 목돈과 이자를 활용했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집 마련으로 활용했다”며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다. 이 법(임대차 3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의 발언에 정치계는 물론 온라인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까지 찬반을 놓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세 제도는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쉽게 소멸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여러 시도가 있겠지만 정부가 적절히 대응책을 찾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금리”라며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를 운영할 때 수익률이 낮아 월세 전환이 많은 것 같다. 다만 다주택자에겐 갭투자를 위한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월세 전환 추세에는 한계가 있다”고 일축했다.

여당은 아예 “전세 제도 소멸이 나쁜 게 아니”라며 ‘월세 전환’ 추세를 옹호하고 나섰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게 나쁜 현상이냐”며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긴 하지만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다.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들의 입장에선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도 “전세 제도가 왜 우리나라와 몇몇 나라에만 있어서 서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운 건 맞지만 전세 제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건설계획본부장은 한 매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의원의 발언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전세 물량이 감소하고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면 이미 월세를 놨지 왜 손해 보는 전세를 놨겠느냐”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비율이 줄긴 하겠지만 소멸까진 아니라고 본다. 완전히 소멸되려면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릴 것”이라며 “다만 월세 비율이 높아지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자명하다. 동시에 다른 데 소비할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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