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우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스경제/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한 것은 역시 기후위기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1년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1도(섭씨) 높아졌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는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바람 등을 통해 그 위험성을 지속해서 경고해 왔다.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이산화탄소나 메탄 배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온난화를 억제한다는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 등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이들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공학적, 경제적 기제가 마련되었다.

전례 없는 인류 공멸의 위기에 대한 초국가적, 전 지구적인 대응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포함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 마련에 선제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후변화 앞에서 양국의 유일한 선택은 '협력'이다"라는 공동선언을 발표할 만큼 기후위기에 대해서만큼은 협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기후위기에 대한 높아진 경각심은 기업들에는 기회이자 위기가 되었다. 각국에서 적용을 시작한 다양한 규제는 말할 것도 없고,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환경친화 정책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이를 증권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가치소비를 통하여 환경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후위기에 대한 공시기준(IFRS S2)을 확정하고 올해 내에 공표할 예정이고, 이 새로운 공시요건은 국내 상장기업들에게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 적용될 예정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전 지구적 공동대응 노력에 협조하는 것은 기업들에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대명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은 충분히 높아졌다.

기후위기 이후의 ESG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자연스러운 전개다. 지난 5월에 열린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서는 IFRS S2 이후의 현안으로 생물다양성, 인적자원, 인권을 제시하고, 주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따져 2년 이내에 추가적인 공개 초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E(환경) 부문에서는 기후위기 다음의 현안으로 멸종위기의 생물들을 보존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하였고, 처음 구체적 공시기준이 마련될 S(사회) 부문에서는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 종업원 관련 ESG 이슈들을 가장 시의성 있는 현안으로 고려한 것이다.

기업의 인적자원과 인권이 S의 첫 번째 주제라는 점에 의식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오늘 현재까지도 해법이 요원한 우리 기업들의 최대 난제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ESG 성과를 평가하는 등급기관들은 노사관계(labour relations, MSCI), 종업원의 경영참여(employee engagement, SASB), 단체교섭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 Sustainalytics) 등을 주요 평가지표로 삼고 있다.

몇 년째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국제순위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노사관계가 국제표준에 현저하게 후행하고 있다고 판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도 주요 언론에서는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사의 모습과 조율기능을 상실한 행정 부재의 공백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노동의 위기는 중첩적이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생성,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새로운 세대들의 부상, 고령화 사회와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사회안전망을 개혁하고 고용질서를 재구성할 필요까지 인적자원에 대한 과제의 목록은 끝이 없다. 기업의 인적자원이 기업 내 노동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정도로 평가받는다면, 2023년 우리 기업들과 우리 정부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기후위기의 국제적 합의수준을 수용하는 것도 못내 버거웠었다. 기후위기라는 존재적 위기에 대한 해법의 윤곽이 나온 이상, 이제 후속 과제의 전망도 수립해야 한다. 공동의 위기를 다루는 E보다는 이해관계자 간 이해상충의 여지가 큰 S의 해법이 더 복잡할 것이다. ESG를 통해 기업과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싶은 것이 궁극의 열망이라면, 우리는 S의 해법에 대한 고민을 미룰 여유가 없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시계로 2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우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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