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희철 서울 SK 나이츠 감독 인터뷰
선수들 성장에 흐뭇한 웃음
결과는 과정에 따라오는 것
전희철 서울 SK 나이츠 감독이 최근 필리핀 세부 훕스돔 경기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전희철 서울 SK 나이츠 감독이 최근 필리핀 세부 훕스돔 경기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세부(필리핀)=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프로농구 중심엔 서울 SK 나이츠가 있습니다.”

웃음기를 넣어서 한 얘기이지만 전희철(51) 서울 SK 감독의 말이라면 왠지 신뢰가 간다. 어림잡아 30년 넘게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전희철 감독은 일도 그만큼 뚝심 있게 추진한다.

전희철 감독은 최근 필리핀 세부에서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SK는 빠른 농구 트렌드를 만들고 있고, 장포 대결과 승리 인터뷰 후 선수들이 감독에게 물을 뿌리는 등 분위기 측면에서도 리그에서 주도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6일부터 11일까지 SK 구단의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일정 동행 취재를 하면서 느낀 선수단과 프런트의 ‘원팀’ 분위기에 대해 질문하자 나온 말이다.

◆선수들 성장에 흐뭇한 웃음

물론 서울을 연고로 한 명문 팀 SK의 감독을 맡으면서 받는 심리적 압박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상급 선수, 전력분석 코치, 사무국 운영팀장, 수석코치를 거쳐 2021년 4월부터 SK의 지휘봉을 잡게 된 전희철 감독은 “매일 힘들다. 시즌이 끝나고 일주일 쉬는 것 말곤 매 순간 시즌을 구상한다. (감독된 지) 3년째가 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부담은 계속 가중되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SK는 올 시즌 프로농구 리그 4위(29승 18패)에 올라 있다. 정규리그 종료(54경기) 때까지 2위까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희철 감독은 “어려운 승수이긴 하지만 남은 시즌 전승에 가까운 승수를 올리고 다음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가드 김선형이 1월부터 발목 부상으로 빠진 사이 오재현이 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희철 감독은 “오재현은 제일 ‘핫(Hot)’한 선수다.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했다.

‘제2의 오재현’이 될 수 있는 선수론 가드 이경도를 꼽았다. 전희철 감독은 “재능으로 볼 땐 앞선에선 (이)경도가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노력이다. 그걸 해보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전희철 감독은 “맏형(1985년생)이자 주장인 허일영도 ‘라커룸 리더’로서 잘해주고 있다. 경기장에서도 나이와 다르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선수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오)세근이 역시 초반엔 몸이 좋지 못했는데 서서히 플레이오프(PO) 모드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은 (골 밑에서 자밀 워니와) 동선이 겹치는 문제도 없고 슛 터치 등도 올라오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전희철 감독을 비롯한 서울 SK 나이츠 선수단의 모습. /EASL 제공
전희철 감독을 비롯한 서울 SK 나이츠 선수단의 모습. /EASL 제공

◆결과는 과정에 따라오는 것

SK는 8일 열린 EASL 준결승전에서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를 94-79로 대파했지만, 10일 치바 제츠(일본)와 결승전에선 69-72로 석패하며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희철 감독은 “동아시아 팀들은 나라마다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은 외곽 성향이 강하지만 막상 내외곽의 밸런스는 좋다. 슈팅력이 좋고 앞선과 전체적인 기술, 조직력까지 올라와 있다”고 평가했다. EASL에 나선 전희철 감독이 당초 가장 껄끄럽게 여겼던 팀은 아시아 간판 가드 토가시 유키(167cm)가 속한 일본 팀 치바였는데 결국 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전희철 감독은 “KBL 남은 시즌엔 방패 대신 창을 꺼내서 찌르는 농구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만 13일에 변수가 생겼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전(82-67 승)에서 약 2개월 만에 복귀한 김선형이 다시 부상을 당한 것이다.

전희철 감독 특유의 분석 농구가 다시 힘을 발휘해야 할 때다. 전희철 감독은 KBL 경기 전후 인터뷰 때 가장 세밀한 분석을 취재진에게 전달하는 감독이다. 선수 매치업 1안과 2안에 따른 구체적인 전술 변화, 상대 팀과 이전 맞대결에서의 정확한 리바운드 수치, 슛 성공률 등 세세한 전술과 기록, 대응 방법 등을 라커룸이나 기자회견장에서 털어놓는다. 때문에 사전 인터뷰 시간이 가장 긴 감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두루뭉술하게 말하거나 전체적인 틀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일부 다른 감독들과 달리 세세한 수치까지 기억해서 얘기하는 전희철 감독에게 그 비결을 물었더니 “감독이라면 그 정도는 다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과정을 많이 생각하려 한다. 결과는 과정에 따라오는 것이다. 어쩌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과정이 좋으면 다음 결과가 좋을 수 있다. 우선은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라고 강조했다. 전희철 감독의 프로페셔널함에 향후 SK가 펼칠 봄 농구에도 더 기대가 생겼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전희철 SK 감독. /KBL 제공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전희철 서울 SK 나이츠 감독. /KBL 제공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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