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송남석] 한 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 업계가 이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면세점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44년 역사의 동화면세점은 문을 닫을 위기다. 관세청이 면세점 특허를 남발하면서 격화된 업체 간 출혈 경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동안 면세점 시장의 주축이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사드 문제로 급격하게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당장 동화면세점은 23일까지 호텔신라에 788억원을 갚아야한다. 작년 말 호텔신라가 행사한 풋옵션(매도청구권) 기한을 넘긴 가산금까지 물어야 한다. 동화면세점은 경영권을 넘기려고 하지만 호텔신라는 받을 뜻이 없다. 결국 제3자에게 경영권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선 듯 나서는 기업이 없다. 업계에서는 동화면세점이 최종 기한인 7월 23일을 넘기면 특허 반납과 청산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복마전’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의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던 면세점 특허 획득 아닌가. 어쩌다가 이지경이 된 것일까. 업계는 정부의 무리한 면세점 확장 정책을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꼽고 있다. 관세청의 전략 부재와 시장 예측 실패가 면세점 업계 위기로 귀결됐다는 시각이다. 실제 2015년 6개였던 서울 시내 면세점 수는 불과 2년 만에 13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기간, 면세점 업계의 출혈경쟁은 본격화됐다.

면세점 매출의 70%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에서 나온다. 그러다보니 중국인 관광객 유치전만 격화됐다. 작년에 면세점들이 여행사에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72%나 폭증해 1조원에 육박한다. 시내 면세점 전체 매출이 9조원이 채 안된다고 하니 11% 정도가 수수료다. 치열하게 면세품 팔아서 남는 이윤을 고스란히 중국에 되돌려준 셈이다. 그 사이 명품 브랜드는 면세점 사활의 키를 쥔 채 ‘절대 갑’의 위치를 더 공고하게 다지고 있다.

그저 막연하게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근시안적 낙관론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한 작년 7월 이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매달 50만명을 갓 넘는 수준이다. 그나마 면세점 매출의 80% 정도는 업계 1, 2위인 롯데면세점(49%)과 호텔신라(28%)의 몫이다. 나머지 면세점들은 제한된 시장을 놓고 제살깍기식의 경쟁만 되풀이하는 구조다. 면세점이 늘어날수록 업체간 ‘치킨게임’만 격화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업계는 지금의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요에만 기댄 채 천편일률적 영업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팔고보자 식’ 무한경쟁만으로는 미래가 없다. 업계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발굴하는 등 상품 및 프로그램의 연계 개발에 신경 써야 한다. 정부 역시 업계가 안정적인 성장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투명한 면세정책으로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 그 한 복판에 서 있는 것이 특허정책이다. 정부는 최소 20~30년을 끌어갈 수 있는 면세점 종합대책 마련을 마련해야 할 때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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