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규제 우회...신용대출 먼저 받고 주담대로 자금 확보
최근 주택 구매를 위해 낮아진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 지난해 결혼한 김모(31)씨는 아이가 태어나자 집을 구입하기로 했다. 국내 H모 대기업에 다니며 연봉 7500만원을 받고 있는 김씨는 서울 근교의 3억원 짜리 주택을 구입하고자 대출을 알아봤다.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집값의 40%인 1억2000만원이 한도였다. 나머지 1억8000만원이 부족한 상황. 김씨는 신용대출로 자신의 연봉의 2배 정도인 1억5000만원을 받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3000만원을 빌려 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주담대 규제를 강화했지만,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집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담대가 줄어든 만큼 신용대출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874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2000억원 증가했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매 및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43조1000억원으로 9월 대비 4조6000억원 커졌다. 역대 10월 기준 2016년 5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일반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229조8000억원으로 9월에 비해 2조5000억원 상승했다.

위의 사례에서 언급된 김씨와 같이 신용대출을 활용해 주담대 부족분을 메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재 제1금융의 신용대출 한도는 연봉의 230% 수준이다. 금리는 개인 및 직장의 신용도, 대출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신용대출도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따른 제한을 받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이들은 먼저 신용대출로 최대한 돈을 빌린 후 주택을 담보로 집값의 40%를 은행권에서 조달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액 연봉자라고 가정하면 신용대출을 최대한 받은 후 주담대를 받으면 집을 구매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주담대를 먼저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걸려 신용대출이 어려울 수 있으니 반드시 신용대출을 먼저 받고 주담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현재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수도권 및 투기지역 등은 최대 40%다. 집값의 60%는 따로 준비를 해야하는데 비축해 놓은 현금이 없다면 나머지 역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

DTI는 지난 2005년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투기지역에 한해 DTI를 40%로 규제했다. 2009년 9월에는 은행권 담보대출 금액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강남 3구는 50%, 인천과 경기는 60%로 확대 적용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월 31일 신총부채상환비율(新DTI) 규제를 발표했다. 기존 60%에서 5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서민과 실수요자는 60%로 동일했다. 총부채상환비율은 주담대 외에 기타대출 이자 비율을 본다.

DTI는 무분별한 대출로 인해 채무자가 이자 상환 능력까지 잃게 되면 부채 상환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금융기관의 파산과 사회 전체의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김씨처럼 정부의 규제를 우회해 집을 구매하는 이유는 30대 초반에 대출없이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없고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대출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그러나 김씨처럼 대출 이자를 갚을 능력이 되는 고연봉자도 정부의 대출 규제에 막혀 주담대를 크게 받을 수 없다.

신용대출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자금마련 수단인 마이너스통장 사용액도 크게 늘고 있다. 두 상품은 대출 기한이나 금리가 다를 뿐 개인의 신용만을 보고 돈을 빌려준다는 점에서 거의 같은 상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7만 계좌에 5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9조1000억원 증가했으며 통장 계좌 수도 34만개 늘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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