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이게 민주주의인지 공산주의인지 모르겠어요”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조합원 A씨는 울분을 토했다. 그는 “남의 재산 갖고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가시밭길일 것 같다. 요즘 잠을 못 잔다”며 한숨을 쉬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현대건설이 최종 승자가 됐다. 1차 투표에서 1167표를 획득한 현대건설은 대림산업과 2차 결선 투표로 향했다. 총 2724표 중 과반인 1409표를 받으며 주인공이 됐다. 결과가 발표된 후 현대건설 관계자와 이들을 지지했던 조합원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환호성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총 사업비가 약 7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입찰에 나선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사끼리 경쟁도 치열했다. 결과 발표 후 들뜬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 총괄대표는 “조합원 여러분이 입주하실 때 대한민국 최고 아파트가 돼있을 것을 약속드린다”며 “모든 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디에이치(The H) 한남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조합원들은 어느 시공사가 선정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그것보다는 총회가 열리기까지 과정에 대한 아쉬움과 서러움이 짙어 보였다.
A씨는 “이미 설명도 듣고 홍보관도 다녀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결정된 상황에서 투표를 했다”며 “그것보다는 정부나 서울시에서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해) 옥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남3구역을 비롯해 잠실 주공 5단지, 은마아파트 등 몇 군데를 표적으로 집중 관리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원래 197동까지 안 나와야 한다. 임대주택도 너무 많이 지어서 사업성이 없어졌다. 추가 분담금도 엄청 나올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조합원 B씨는 시공사 선정까지 과정을 두고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그는 “워낙 제약이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큰 원칙 몇 가지만 지키게 하고 나머지는 재량에 맡기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피력했다.
그만큼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초지종이 많았다. 한남3구역은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2009년 정비구역 지정, 2012년 조합설립인가를 거쳐 2017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해 지난해 3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가장 면적이 크고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 ‘최대어’로 꼽혔다.
수주를 따내기 위한 건설사끼리 경쟁도 치열했다. 과열 양상을 띄자 정부가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확인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조합에 입찰 중단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진행 중이었던 입찰이 무효가 되면서 사업 진척 속도가 늦어졌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치이고 치인 끝에 드디어 삽을 뜰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은 주민 이주 작업이 끝난 뒤 6개월 이내에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예정 공사기간은 37개월이다. 조합원 C씨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며 “시공사 선정으로 한 계단 올랐으니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옅은 미소를 띠었다.
김준희 기자 kju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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